[월드리포트] "우리 개 성폭행했다"며 옆집 개 도륙..중국판 '세실' 사건

임상범 기자 2015. 8.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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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을 도륙(屠戮)한 미국인 치과 의사와 남아공에서 자기가 쏴 죽인 기린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 여성 회계원이 잔인함으로 전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두 사람에 대한 신상털기가 진행됐고 낱낱이 발가벗겨진 이들은 살아 온 지역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습니다.

궁지에 몰린 냉혈 사냥꾼들은 "합법적으로 이뤄진 사냥을 했을 뿐 나도 동물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항변했지만 동물애호가들은 이들을 인간쓰레기로 칭하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사파리 사냥으로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려온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론의 압박으로 사자 등 동물 사냥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불법적인 동물 뿔 채취와 밀수출도 단호히 처벌해야한다는 동물 보호 운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도 며칠 전 잔인한 동물 도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반려견이었습니다. 중국 남동부 푸젠성의 성도인 푸저우시(福州)에 사는 한 남성은 3마리나 되는 반려견을 키우는 애견가였습니다. 매일 반려견들과 놀아주고 먹이고, 같이 산책하고 잠도 자며 마치 친자식들처럼 보살폈습니다.

그러던 며칠 전 어느날 자신이 딸처럼 애지중지해 온 암컷 한 마리가 조금씩 배가 불러 오고 있음을 눈치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집 개가 어디선가 교배를 한 겁니다. 그 길로 추적에 나선 끝에 바로 옆집에서 키우는 수컷 반려견과 짝짓기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애지중지해온 자기 반려견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확신한 주인 남성은 그 길로 옆집으로 달려가 '성폭행 피의견'의 꼬리를 잡아 끌고 나와서는 닥치는대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시작했습니다.

한 번 폭발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지 결국 남성은 옆 집 개를 때려 죽이고 말았습니다. 대낮에 개가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 달려 나온 이웃 주민들이 끔찍하게 맞아 죽은 옆집 반려견의 모습을 웨이보 등 SNS에 올렸고 네티즌 수사대가 입수한 CCTV를 통해 가해 남성의 얼굴이 SNS를 통해 공유되며 삽시간에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자기 개 소중한 만큼 남의 집 개도 배려하고 아껴줬어야 했다며 극도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반려견 사랑을 잔인하게 표출했던 이 남성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남성에게 맞아 죽은 옆집 반려견은 주인이 미국에 가 있던 터라 이웃 주민이 이따금씩 들러 돌봐왔습니다. 저기 반려견의 참살 소식을 전해들은 개 주인의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복수가 더 큰 복수를 낳는 악순환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1만 5천 년 전, 집에서 개를 처음 기르기 시작했다는 중국에도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사는 반려견 수가 대략 3천만 마리로 추산됩니다. 한 자녀 정책과 도시화 속에 급속히 진행되는 핵 가족화, 그리고 결혼 안하고 사는 1인 가정이 늘면서 중국에서 반려견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한 번 정들면 가족 못지 않다는 반려견이나 국립공원 안에서 사람들의 눈요기로 살아가는 초원의 동물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천수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우리 인간들이 좀 더 넓은 사랑과 아량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 [카드뉴스] '나는 전리품이 아니에요' 기린의 절규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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