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실종된 부부..집 근처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

박병일 기자 입력 2015. 7. 4. 14:39 수정 2015. 7.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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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에 사는 마이클(44)과 티나(42) 부부가 실종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습니다. 아들 루크(17)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와 새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요"라며 실종 사실을 처음 알렸습니다. 그날 저녁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부모가 나타나질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이 두 부부를 찾아 나섰고, 집에서 불과 8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두 부부의 차를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상태였습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부부의 행방을 찾았고 수색 견을 동원해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부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동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서서 일주일에 걸쳐 발견된 차를 중심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갔고 헬기까지 여러 차례 띄웠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마이클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기장으로 일하던 중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던 중이었고 부인 티나는 건축회사에서 재무파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넉넉한 수입이 있었던 만큼 경찰은 강도를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실종된 날 이후, 부부의 신용카드, 은행잔고는 물론 전화통화를 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의문의 실종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 부부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도 밝혀졌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각자 가정을 꾸리게 됐고 자녀도 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재결합하게 됐습니다. 마이클에게는 이미 두 아들이 있었고 티나 역시 세 자녀가 있는 상태였는데 재결합 후 한 지붕 아래서 일곱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실종된 날 역시 저녁에 모두 모여서 즐거운 만찬을 가지려 했었습니다.

실종된 부부를 찾을 만한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고 언론의 관심도 서서히 식어갈 즈음,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 호세 발렌주엘라 (38)를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호세의 집 앞 마당에 암매장돼 있던 부부의 시신도 찾아냈습니다. 부부의 시신을 찾기 위해 호세의 집 앞마당을 파기 시작했는데,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깊숙이 파낸 뒤에야 부부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부부가 암매장된 곳은 집으로부터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호세를 어떻게 찾아냈던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체포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그 동안 접수된 많은 제보를 추적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그의 체포 경위를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우선 경찰은 근처에서 발견된 부부의 차량에서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부부의 것이었습니다. 살해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실종되기 전날, 부부가 가족들에게 했던 말이 주효했습니다. 부부가 실종되던 날 이스트 벨리에서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스트 벨리에서 부부가 접촉할 만한 사람들을 찾았고, 1년 전부터 남편 마이클과 알고 지내온 한 인물을 지목하게 됐습니다. 마약 판매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부부는 호세에게 마약을 사러 갔다가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호세가 쏜 총에 맞아 숨졌던 겁니다. 호세는 부부를 살해한 뒤 증거를 없애려고 차를 끌어다 다른 지역에 갖다 놓고, 친구에게 포크레인을 빌려 앞마당을 파고 부부의 시신을 묻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호세는 1급 살인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2백만 달러(22억 원)의 보석금을 내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여 년 만에 재결합한 러브 스토리 주인공들의 실종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온 마을 주민을 시끌벅적한 수색 작업에 동원하게 만들었던 실종 사건은 허탈하게도 한 마약상과의 분쟁에 따른 살해와 암매장으로 밝혀진 채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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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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