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남자들도 설거지 분담 척척하는데.. '女軍 예능'서 '여인의 도리' 자막?

김철오 기자 2015. 2. 2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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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선 분담 놓고 논쟁 후끈

[친절한 쿡기자] 직장인 여성 A씨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자신은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부엌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데 남편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남편을 생각하면 집에서만큼은 쉬도록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업주부가 아닌 맞벌이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부엌일을 조금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합니다. 퇴근 이후에 쉬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

설거지로 인한 부부간 다툼은 A씨만의 일은 아닙니다. 살기가 팍팍해지고 맞벌이가 당연해지는 요즘에는 흔한 일입니다.

26일 트위터에서는 '설거지를 누가 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부엌일을 여성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일부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논쟁은 지난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시작됐습니다.

방송은 여성 연예인들의 여군 부사수 도전 과정을 담았는데요. 가수 엠버(23)가 식판을 설거지하는 장면에서 '설거지 또한 여인의 도리'라는 자막(사진 위)이 올라왔습니다. 중성적인 분위기로 한때 '남자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엠버의 여성성을 강조하려던 제작진의 배려가 역풍을 자초한 꼴입니다.

진짜사나이를 향한 네티즌들의 비판은 케이블채널 tvN의 '삼시세끼-어촌편'을 향한 찬사로 이어졌습니다.

'엄마' 역할의 배우 차승원은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아빠' 역할의 배우 유해진은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는 겁니다(아래). 화려한 요리 솜씨로 주목을 끈 차승원에 비해 덜 주목을 끌었어도 유해진은 묵묵히 낚시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엄마를 돕는 멋진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죠.

남성만 나오는 삼시세끼가 엄마와 아빠의 긍정적인 역할 분담을 보여준 데 반해 여성만 나온 진짜사나이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 셈이 됐습니다.

예전엔 그랬습니다. 아빠가 밖에서 돈 벌어오면 엄마가 집에서 살림하고. 그때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엄마 아빠 같이 돈 버는 시대가 된 지 오래됐어요. 그러니 적어도 맞벌이 가정에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 명이 음식을 준비하면 다른 한 명이 설거지를 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내가 밥하고 설거지하느라 힘들다면 당연히 남편이 도와줘야죠.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깟 설거지쯤이야!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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