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왜색 논란에 취소된 발레 '나비부인'.. "일본 건 다 싫어"는 자존심 아닌 옹졸함

이은지 기자 2014. 7. 2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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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국립발레단이 2015년 3월에 공연키로 했던 발레 '나비부인'을 취소했습니다. 올해 단장으로 취임한 발레리나 강수진이 지난 4∼6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 전당에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발레단과 함께 국내 초연했던 그 공연입니다. 당시 2000여석이 모두 매진됐을 만큼 인기가 높았기에 기대도 컸습니다. 그런데 돌연 취소돼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궁금해 했습니다.

국립발레단 측은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왜색 논란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전부터 발레 나비부인이 일본색이 짙다고 비판하는 소리가 쭉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립발레단장이 기모노 입고 나막신 신고 할복하는 공연이 말이 되는가" "일본인 게이샤가 미군에게 버림받고 자살하는 내용을 굳이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할 게 뭔가"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국립발레단이 이런 논란에 두 손 들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룹니다.

나비부인은 원래 미국 소설가 존 루터 롱의 소설입니다. 지아코모 푸치니는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1904년 오페라 나비부인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습니다. 게이샤와 기모노를 논하기 전에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인 것이죠. 푸치니도 "내가 쓴 작품 중 최고"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이제와 새삼 일본색이 짙다는 것이 논란거리라는 게 당황스럽습니다.

나비부인 공연 취소 소식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지난 12일부터 전시될 예정이었던 일본 만화 '원피스' 특별기획전 취소가 떠오릅니다. 이 전시회는 지난해 전시기획 검토가 끝났던 겁니다.

그러나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일본 만화를 전쟁기념관에 전시하다니" "만화에 전범기가 등장한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전시회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취소됐습니다. 작품 설치가 모두 끝났는데도 기념관 측은 전시관 문을 닫아걸고 말았죠.

하지만 작품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원피스에서 등장하는 전범기는 주인공과 싸우는 악당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원작자인 오다 에이치로는 일본에서도 반제국주의자로 평가받는 인사죠. 원피스 단행본에 "일본의 역사교과서에는 조선에 출병했다고 쓰여 있지만 사실은 약탈하러 간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더욱이 원피스는 전 세계적으로 3억4500만부의 판매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만화입니다. '왜색'이 문제가 된 곳은 우리나라뿐이죠.

일본이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나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며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뻔뻔한 태도 역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 문화라면 무조건 '왜색'을 앞세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또 다른 국수주의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문화를 보는 시선이 편협진다면 결국 우리만 손해 아닐까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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