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칼럼] 워킹맘, 저녁 모임의 독특한 참가자

김호정 2014. 8. 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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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쥐가 난다. 표정은 그대로 두고 다리만 접었다 펴본다. '그래, 이게 회식 경력 10년 차의 기술….' 그 순간 휴대전화가 또 울린다. 남편이다. "아직도 안 자." 13개월 된 아들 얘기다. "잠깐만 기다려봐. 후식으로 과일 나왔어." 전화를 끊고 제자리에 앉았다. 사람들 과일 먹는 장면이 슬로 비디오처럼 늘어진다.

 오후 10시다. 집에 만들고 온 육아 시스템을 점검해 본다. 나는 아기가 돌 될 때까지 육아 휴직을 했다. 육아서에 나오는 '애착'도 섭섭지 않게 생겼을 거다. 출퇴근하시는 도우미도 구했다. 더군다나 우리 집엔 4대가 함께 산다. 아이의 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할머니가 늘 함께하신다. 이 정도면 촘촘한 방어벽이다.

 그런데 밤만 되면 구멍이 난다. 내가 없으면 아이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휴직 기간 중 오후 8~9시면 늘 내가 재웠기 때문이다. 지금쯤 남편과 시어머니가 눕혀보고 업어보며 보유한 모든 기술을 선보였을 거다. 그래도 아이는 내 품에 안겨야 잔다. 졸려도 날 찾느라 문만 보고 있단다.

 하지만 오늘 모임은 복직 후 첫 저녁 식사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고, 대화는 유난히 재미있다. 이 모임, 아니 어른들의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르 떠는 전화기만 그 사실을 모를 뿐!

 드디어 대화도 전화벨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질문이 들린다. '이 저녁 모임이 일에 정말 도움이 돼?' '이 대화가 기삿거리가 되기라도 해?' '영문도 모르는 아이의 밤잠을 빼앗을 권리가 나한테 있어?' 나도 모르게 한 사람의 말을 끊고 들어간다. "전 좀 먼저…"까지만 했는데 다들 알았다며 가보란다.

 모임은 두어 시간 더 이어졌다고 한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걸 기억이나 해줄까? 다음에도 나를 또 불러줄까? 실패한 워킹맘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집에서도 밖에서도 점수가 깎인 무능한 여자는 뛰다시피 와서 집 문을 연다.

 아이는 문 앞에서 팔 다리를 휘젓고 온몸을 흔들며 깔깔 웃었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고작 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이를 건네며 물었다. "엄마가 그렇게 좋아?" 말 못하는 아들 대신 내가 답한다. 아니, 아이를 안고 보니 내가 좋다. 동글하고 몽실한 아이의 살, 따끈한 숨결, 내 목덜미를 그러쥐는 작은 손. 집에 오기 잘했다. 그래, 저녁 모임에도 잘 갔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양쪽에서 모두 점수를 땄다. 백 점을 못 받았을 뿐이다. 일을 해도 또는 애를 봐도 점수가 깎이는 기분인 워킹맘이지만 사실은 집과 직장에서 한 점씩 쌓아가고 있는 중이란 생각이 든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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