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과 가정의 양립, CEO의지가 관건

입력 2016. 6.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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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영계, 학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일 가정 양립 민관협의회'가 일ㆍ가정 양립 직장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공동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민관협의회는 휴가 신청 시 사유를 적어내지 않도록 하고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된 전화와 문자, 카톡, 이메일 등을 보내지 않도록 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일ㆍ가정 양립 실천 선언에 동참해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만성적인 야근 등의 후진적 조직문화 탓에 삶의 질이 저하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타파할 계기가 될 만한 캠페인으로 보인다.

한국 근로자들은 장시간 근로로 '저녁이 있는 가정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에 따르면 2014년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임시직을 비롯한 한국인들의 근무시간은 연간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연간 1770시간대인 OECD 국가들의 평균 근무시간보다 300시간 이상 길다. 당연히 정시퇴근은 드물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26.5%만이 주5일 칼퇴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을 한다 해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상사들은 퇴근 전ㆍ후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지시를 내린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메신저 강박증'에 걸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근로자 24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업무를 했다는 근로자가 70.3%나 됐다. 초과근무 시간은 11시간에 달했다. 근무시간은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대단히 낮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4년 시간당 31.90달러로 OECD 평균(49달러)을 크게 밑돌았다. 주당 35시간만 일하는 프랑스(시간당 6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카톡 감옥'으로부터 해방, 휴가의 적극적인 사용 등을 통한 후진적 조직문화 개선이나 일ㆍ가정 병립은 일회성 캠페인만으로 정착하기 힘들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직장인이 가정을 되찾으면 세계 꼴찌 수준인 초저출산 현상과 인구절벽, 저성장 극복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제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출퇴근ㆍ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유연근무제 등 일ㆍ가정 양립과 생산성 향상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제도를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기업에 적극 권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하겠다는 CEO의 인식전환과 의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ㆍ가정 병립은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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