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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원로, 전문가들이 오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핵심 기술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조선업계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업에만 국한되는 우려가 아니다. 관련 대책을 최대한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조선업계에선 조선소 경쟁력의 핵심인 설계인력을 비롯한 고급 인재들에 대한 감축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중국 조선업체들이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높은 중국 조선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한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관련 기술인력들을 영입해 한국을 완전히 추월할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때 세계 1위였던 일본 조선업계가 1980년대 불황 때 구조조정을 하면서 설계인력을 대거 내보낸 탓에 재기하지 못했던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일본의 인력들을 받아들이면서 조선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한국이 일본과 같은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고급인력 유출은 오래 전부터 여러 업종에서 벌어져 왔다. 특히 중국의 기업들이 한국 인재 영입에 맹공세를 펼치고 있다. 10여년 전 한국 인력을 대거 영입해 단기간에 강자로 올라선 디스플레이 분야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업종마다 중국 등지로의 한국 인력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핵심 기술인력은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들을 잃는 건 그 자체로 손실이지만 경쟁국에게 뺏기면 이중의 손실이다. 한국을 바짝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기술추격 기세를 생각하면 매우 경계해야 할 문제다.

물론 인력 유출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일자리 감축이 수반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출 최소화 대책을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한국은 그러잖아도 '두뇌 유출'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두뇌 유출로 인해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나라 순위에서 한국은 61개 국 중 18번째로 심각한 나라로 꼽혔다.

구조조정이 향후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지려면 핵심기술 인력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이미 주요 기술인력에 대해선 풀(pool)을 구성해 관리하고 있다지만 이를 더욱 정밀하게 하는 등 핵심인재 유지를 위한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