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허가 '갑질' 제대로 근절하려면

입력 2016. 6. 23. 11:02 수정 2016. 6. 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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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어제 열린 '제6차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끈 건 '인허가 간주제'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인허가 업무 과정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업무를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허가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이다. 옥외광고물 인허가를 예로 들면 법령에 정해진 지역에 광고물 등을 설치하려는 경우 시군구에서 허가신청 또는 신고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처리결과나 지연 사유를 통지하지 않으면 허가나 수리가 된 것으로 간주되는 식이다. 인허가권을 일종의 권력처럼 휘두르는 공무원의 이른바 '갑질' 관행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인허가와 신고는 국민생활, 기업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정 업무다. 그러나 접수 거부, 과도한 서류 요구, 장기간 방치 등 담당 공무원들의 부당처리나 지연행위가 빈발하는 '민원(民怨)' 업무가 돼 왔다. 무엇보다 복잡한 절차, 규정에 대한 자의석 해석 여지 등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재량이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이 법정 기한 내 처리하지 않을 때 그 피해는 민원인에게로 돌아간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와 '지원'이어야 하는 것이 '규제'와 '권한'이 돼버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허가 관련 부당ㆍ지연 행위를 뿌리뽑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규제개혁 작업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많은 개선방안들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관문'을 지키는 인허가 업무의 성격 자체로부터 비롯된 면이 크다. 더욱 강력하면서도 치밀한 제도들이 필요한 이유다.

'인허가 간주제'도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이미 외국인 투자 등 13개 업무에서 운용돼 왔다. 이번에 옥외광고물 허가ㆍ신고(20일) 등 62개 업무에 새로 적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돼 더욱 많은 업무들에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인허가 업무에서의 부당ㆍ지연행위는 '갑질행정'이자 '소극행정'이다. 의도적인 부당행위는 물론 태만과 무사안일도 결과적으로 민원인들을 괴롭히는 '갑질'이 된다. 그러므로 공무원의 의식이 바뀌고 업무태도와 성과에 대한 평가가 더욱 정교해질 때 갑질ㆍ소극행정이 근본적으로 예방될 수 있다. 공무원의 기한 내 처리책임을 더욱 무겁게 한다든가 문제가 없는 인허가를 제때 처리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에 대해 민원인에게 보상하고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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