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권, 12년만에 가장 많이 팔린 이유

입력 2016. 2.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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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권판매액이 3조5551억원으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로또복권이 11년 만에 가장 많은 3조2570억원어치나 팔린 덕분이었다. 복권판매로 조성한 기금이 공익을 위해 쓰이기는 하지만 복권판매 호조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씁쓸하다. 술ㆍ담배와 함께 대표적 불황 상품으로 꼽히는 복권판매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자기 힘으로는 아무리 해도 목돈을 만들 수 없다고 체념하는 서민의 우울한 현실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발표에 따르면 2011년 3조805억원이었던 복권판매액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4년 3조2827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8.3%(2724억원) 증가해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판매액은 2003년(4조2342억원)이후 최대다. 복권별로는 로또복권이 전년대비 2082억원(6.8%) 증가한 3조2571억원으로 전체의 91.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당첨금 스피또2000(1697억원), 연금복권(964억원), 전자복권(319억원)의 순이었다. 연금복권을 제외한 복권 모두 판매액이 증가했다.

기재부는 복권판매점이 지난해 432곳 늘어난 데다 2014년 세월호 사고에 따른 기저효과, 복권에 대한 인식 개선 등으로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겉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열심히 일해도 평생 변변한 집 한 채 사기 어렵고 깊어진 불경기로 살림살이가 한층 쪼그라든 서민들이 유일하게 목돈을 쥘 수 있는 복권의 행운에 줄을 선 측면이 강하다.

올해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이 점쳐질 정도로 연초부터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럴수록 복권판매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또한 판매소를 더 늘릴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복권판매액 증가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복권판매액으로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ㆍ소외계층 지원, 문화ㆍ예술 진흥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렇더라도 불황의 여파로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결코 반갑지 않다. 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서민의 소소한 재미에 그친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서 복권 창구에 줄을 선다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소외계층 지원만 해도 복권기금에 기대기보다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게 정도다. 불황 속에 이뤄진 복권판매의 증가세는 다시 한 번 경기회복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역설적으로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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