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자가 덮어쓴 대우조선 부실 책임

2015. 7. 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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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조선사가 지난 2분기에 총 4조7509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고 어제 발표했다. 특히 2위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3조318억원의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봤다. 시장의 예상치(2조원대)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국내 단일 기업의 분기 기준 영업적자로는 사상 최대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의 이 같은 손실은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탓도 있지만 조(兆) 단위의 부실회계로 손실을 숨겨왔던 것이 일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의 '대우조선 쇼크'는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의 대담성이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기업 내부의 회계ㆍ감사 시스템이 이렇게나 허술했는지부터 개탄케 한다. 새로 부임한 사장의 지시로 다른 조선사들처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발표에 대기업의 운영이 이렇게도 주먹구구식일 수 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기관인 KDB산업은행의 책임을 더욱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자행 출신 인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려보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보고받았지만 숨은 부실이 수조 원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이후 대우조선이 부실을 숨기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할 때에도 오히려 여신을 늘려 더욱 사태를 악화시켰다. 부실회계가 최근 알려진 후에야 부랴부랴 실사에 들어가면서 전임 경영진의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산은 자신에 대해서부터 스스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금감원은 산은과 함께 지난해 9월 대우조선을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해 정보제공 등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의 재무, 사업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이를 제출하게 해 부실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약정은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었다. 기업의 부실회계에 주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의 부실 대응이 겹치면서 대우조선 주식 및 회사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지난 14일 1만2500원이던 대우조선 주가는 부실회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오늘 오전 현재는 거의 반토막인 7300원대로 떨어져 있다. 지난해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빅3'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고 공시한 대우조선의 발표를 그대로 믿었던 투자자들이 부실회계의 책임을 고스란히 덮어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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