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금피크제, 일방적 추진 안된다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던 정부가 오는 28일에는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공청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 7일 내년부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실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13일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고용을 확대한 민간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데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ㆍ확산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이 대체로 확인된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얼핏 이해가 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을 불과 반년여 앞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보완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정책 마련과 공론화 작업은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그에 따른 영향과 파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또 관련 집단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총체적인 노동시장의 개편ㆍ개선이라는 넓은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사회적 자산의 전반적인 재분배를 위한 작업이라면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은 일자리 및 소득의 전반적 재분배를 위한 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공무원연금개혁이 그렇듯이 노동개혁도 폭넓은 사회적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는 정부의 지금의 방식은 다소 성급하고 일방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벌써부터 민주노총이 공청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하는 것이 맞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부가 이렇듯 서두르는 것이 정년연장을 청년 고용대란의 큰 원인으로 보거나 임금피크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여기는 듯한 시각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이 고용 여력(餘力)이 커지면 그만큼 청년고용을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을 지나치게 연계하는 것은 자칫 일자리 문제를 세대 간 다툼으로 모는 등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런 인식과 태도는 고용문제나 지금의 경제난국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시각을 보여줄 뿐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조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조정 및 지원하는 데 더욱 충실하기 바란다. 노동계를 설득해 공론의 장으로 다시 나오도록 하는 것부터 많은 부분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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