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창업 신기록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
지난해 연간 신설법인이 8만4697개로 사상 처음으로 8만개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1%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사상 최대 신설법인 수와 14년래 최대 폭의 증가율만 보면 경기는 호황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황이라 말하고 경제성장률은 낮다. 경기 침체가 역설적으로 창업을 늘렸으니 그 내용이 좋을 수 없다. 이는 업종별 창업 실태와 생존율로 입증된다. 지난해 신설법인의 약 3분의 2가 서비스업(5만3087개)이고, 제조업(1만9509개)은 5곳 중 하나꼴이다. 창업주의 연령대는 40대(3만3100개)ㆍ50대(2만1898개)가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창업 생태계를 젊은 20ㆍ30대가 아닌 인력 구조조정으로 조기 퇴직한 40대와 50대 초반, 은퇴한 베이비부머 등 중ㆍ장년층이 주도하고 있다. 아이디어나 도전정신이 부족한 중ㆍ장년층은 대부분 새로운 분야의 모험창업보다 익숙하고 진입도 쉬운 업종을 선택한다. 실제로 지난해 이들은 음식ㆍ숙박업과 운수업 등 서비스업(40대 2만798개ㆍ50대 1만2091개) 위주로 창업했다. 포화상태인 업종에 준비 없이 뛰어드니 돈 날리고 건강 상하기 십상이다. 창업한 지 1년 안에 5곳 중 한 곳이 문을 닫고, 5년이 지나면 열에 일곱이 폐업한다. 급기야 2013년에는 자영업 창업자보다 사업을 접는 퇴출자가 더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자영업 퇴출자는 65만6000명으로 진입자(55만2000명)를 넘어섰다. 퇴출자 중 40대가 거의 절반(45.3%), 신규 창업자의 절반(48.7%)은 전직이 샐러리맨이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창업도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40대는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업무 숙련도가 높고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 생계형 자영업 창업에 나섰다가 얼마 안 가 폐업의 중심에 서는 현실은 우리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자영업 몰락은 내수침체를 부추기고 자영업자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 부실로 이어진다.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서둘러 경험이 많은 40대, 50대가 계속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음식ㆍ숙박업과 도ㆍ산매업, 운수업 등 생계형 자영업의 업태와 영업방식, 수익구조를 바꿔가는 재교육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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