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인공위성 '광명성'호, 1년째 원궤도 비행

김태훈 기자 2013. 12. 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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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으로 시끌벅적했던 12월 12일은 북한으로선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12월 12일, 북한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전용이 가능한 장거리 발사체인 은하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은하 3호에 탑재된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로써 실용위성 발사에 처음 성공해 국력을 과시했다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업적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북한은 광명성 3호 2호기가 궤도를 돌면서 찍은 화상자료를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전송하게 되고 이 자료는 산림자원 분포와 자연재해, 알곡 예상 수확고, 기상예보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그 인공위성에서 자료가 전송됐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우리 언론들도 지난 12일을 즈음해 "北 실용위성 발사성공 발표 1년..성과는 감감"이라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럼 광명성 3호 2호기는 실패한 인공위성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잘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 광명성호, 지구 원궤도 정상비행중

광명성 3호 2호기, 북미항공방위사령부 NORAD의 위성 ID는 39026입니다. 국제 코드는 2012-072A. 이 인공위성은 고도 500km~576km를 유지하며 지구를 원궤도로 돌고 있습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 근지점은 499.7km이고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거리, 원지점은 576.7km입니다. 기울기는 97.4도로 거의 곧추 서서 비행하고 있습니다. 속도는 초속 7.5km 내외. 지구 둘레가 4만 km이니까 2시간에 지구를 한바퀴 돌고 있습니다. 하루에 지구를 12바퀴꼴로 회전하다보니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공도 수시로 지나갑니다.

광명성 3호 2호기는 이렇게 무사합니다. 이런 정보들은 국제 위성정보 제공 사이트( http://www.n2yo.com)를 방문하시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위성의 운동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광명성 3호 2호기는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위성이란 것이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을 관성대로 날아가니까 일정 궤도를 타고 얌전히 비행하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광명서 3호 2호기의 궤도가 북한이 1년 전 발표한 궤도와 거의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지구로 영상 전송 실패..그럼 위성 발사는 실패?

광명성 3호 2호기가 북한의 위성센터와는 교신을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체제의 성격상 광명성 3호 2호기로부터 신호가 왔거나 영상을 받았다면 널리 선전하지 않고는 못배겼겠지요. 잠잠한 걸 보면 광명성 3호 2호기의 통신 기능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북한의 위성 발사는 실패일까요? 우리 입장에서는 실패라고 폄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은 작년 북한의 은하 3호를 로켓이 아니라 미사일이라고 칭했습니다.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은하 3호는 1단, 2단, 3단 추진체가 제대로 작동해서 인공위성을 제 궤도에 올렸습니다. 우리 정부와 언론은 "북한이 위성을 제 궤도 올렸다고 발표했다"고 의심스럽다는 뉘앙스로 인용만 했지만 위성의 궤도 진입 성공은 '팩트'입니다. 북미항공방위사령부도 작년 12월 12일 북한 위성의 궤도 진입 성공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은하 3호는 대성공입니다. 3단 추진체의 탑재물을 원하던 장소에 정확히 떨궜기 때문이죠. 탑재물을 인공위성에서 탄두로 교체하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은하 3호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로서의 역할을 성공리에 수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은하 3호에 탑재된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의 교신이 안된다고 우리가 북한을 깎아내리는 것은 사실 창피한 짓입니다. 위성 전문가들은 "광명성 3호 2호기에 통신장비, 관측장비가 있기나 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어차피 미사일 시험이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껍데기뿐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3단 추진체에서 탑재물을 정확한 궤도에 올리는데 까지는 북한이 성공한 것이고 이제 북한의 남은 과제는 그 탑재물을 탄두로 바꿔 지구에 재진입시키는 일 뿐입니다.

북한의 발사체, 인공위성 발사 기술은 완성됐습니다. 광명성 3호 2호기로부터 아무 소식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긴장해야 합니다. 북한이 정확히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는 지금도 지구 주위를 안정적으로 돌고 있습니다. 광명성 3호 2호기(국제 위성정보 사이트에는 이니셜 KMS 3-2로 표기)가 지금 어디를 날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옆 URL을 클릭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 http://www.n2yo.com/?s=39026)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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