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반려견 내장 칩 의무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임태우 기자 2015. 2. 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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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식 변화 없이 내장 칩 의무화만으론 유기견 줄이기 힘들어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반려견 몸속에 내장형 칩을 심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정책으로 유기견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다음은 정부 발표에 대한 리포트입니다.

▶ 내년부터 반려견 '내장형 칩' 의무화…부작용은?

그동안 인식표나 외장형을 권장해왔는데, 유기견 감소 실적이 영 신통치 않았나 봅니다. 보시다시피 한 번 심으면 빼도 박도 못하는 내장형으로 통일하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추진 이유입니다. 정부의 결단이 참으로 통이 크긴 합니다. 정책 하나로 전국 수백만 마리의 반려견 몸속에 내장형 칩이 하나씩 박히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먼저 내장형 칩을 박는다고 과연 유기견이 줄어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내장 칩을 생체에 박는다는 것도 찝찝합니다. 사람 몸이 아닌, 동물 몸속이라도 말이죠. 과연 안전할까요? 이와 관련해 동물약국협회는 강경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 같은 경우도 '안티칩'이라는 내장칩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칩 제조 회사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끼리 모여 자발적인 운동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없고 무조건 외국에서 하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내장 칩 일원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동물약국협회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소비자 선택권과 동물의 건강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장 칩 부작용은 시술 부위에 생기는 염증이나 칩의 위치 이동입니다. 물론 칩을 제거하면 간단하지만, 뺄 때도 돈과 시간이 들다보니 사람도 동물도 2중, 3중으로 고생하는 격입니다.

정부는 18만 마리 중 부작용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하지만, 신고를 안 한 일반 사례는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반려견 주인들은 내장 칩 대신 외장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외장형을 선택한 주인들은 앞으로 외장형을 빼고 다시 내장 칩을 박아야 하는 것인지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동물약국협회는 반려견을 정말로 버릴 사람이라면 내장 칩조차 박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신고 자체를 안 하거나 아니면 내장칩을 박더라도 목 뒤에서 만져지기 때문에 망가뜨리는 경우도 충분히 생긴다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동물약국협회의 비판은 내장 칩 의무화 정책의 수혜 대상에 동물약국이 배제됐다는 소외감에서 온전히 자유롭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견 수를 줄이기 위해 반려견을 키우는 모든 사람들을 단속하고, 내장 칩을 박게 하고, 안 지키면 벌금까지 매기는 억압적 방식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합니다.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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