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18명 대합창 벌써 잊었나?

권종오 기자 2014. 11. 21. 09: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장면 1. 2011년 2월 18일 오후 3시 강원도 강릉빙상장(컬링 경기장)

어둡던 체육관에 불이 들어오자 관중석에 있던 2018명이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18개 시·군 전역에서 모인 '강원도민 대합창단'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룹 아바의 'I have a dream(나에겐 꿈이 있어요)'와 '아리랑'을 합창했습니다. 2018 겨울올림픽 개최 후보도시 실사를 위해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을 환영하기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당시 평가단 단장이자 현 평창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인 스웨덴 출신 구닐라 린드베리는 감동어린 표정으로 '원더풀'을 외쳤습니다. 평가단은 잊지 못할 추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합창이 끝나자 모두가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평창이 3수 끝에 동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가 강원도민의 이런 열정 덕분이었다고 확신합니다.

● 장면 2. 2014년 11월 17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 센터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과 오세봉 도의회 동계특위 위원장 등은 강릉시·평창군·정선군 의회 의장 및 각 동계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정부지원 확대 촉구를 위한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특히 개·폐회식장 건설은 애초 계획대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에서 건설할 것을 요구한다. 300만 강원도민을 분열시키고 성공개최를 저해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평창 동계올림픽 반납도 불사할 것을 결의한다."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펼쳐온 강원도에서 왜 '올림픽 반납'이란 극단적인 말까지 공식적으로 나왔을까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비 논란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강원도의 당초 입장은 정부가 75%를 부담하다는 전제 하에 순수 개폐회식장 건설비 662억원의 12.5%인 약 83억원만 부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올림픽 플라자 등 기타 시설을 포함한 총 건설비 1천3백억원의 30%인 390억원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평창 조직위가 최근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정부가 총 건설비의 50%를 지원하고 강원도와 조직위가 각각 25%씩 부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강원도의 부담액은 325억원이 됩니다. 당초 입장인 83억과 비교하면 242억원이나 늘어난 것입니다. 가뜩이나 재정 사정이 열악한 강원도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은 SBS와 전화통화에서 국비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대정부 건의서를 서면으로 국무총리실에 이미 전달했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곧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증액된 건설비를 도의회가 절대로 승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의장은 "동계올림픽에서 강원도가 그 몫을 해야겠지만, 국가 대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재정적인 측면 등에서 도를 압박하는 모습은 중앙정부답지 못하다"면서 "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아예 삭감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는 안일하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의장은 또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최문순 도지사가 미리 도의회와 협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나타냈습니다.

개-폐회식장은 원칙으로만 따지면 평창 조직위가 책임지고 건설하는 것이 맞습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정부는 30%만 지원하면 그만이고 강원도는 1원도 낼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위는 자체 재원 마련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강원도가 '나 몰라라'하면서 수수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강원도의회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원칙이나 논리로 문제를 풀 때가 이미 지났습니다. 촉박한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결국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건설비 부담에 대해 합의한 뒤 최대한 빨리 착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강원도민 스스로가 '올림픽 반납'이란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일본의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듯이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국가적 행사이자 유사 이래 강원도 최대 이벤트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유치한 대회를 실패작으로 만드는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 한발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입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