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성수대교 붕괴 20년..못 다한 이야기 ②

김도균 기자 2014. 11. 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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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억 넘는 돈 해마다 낭비..무엇 때문에?

"위험해요! 다니지 마세요!" 주민들의 차량 통행을 막아서기까지 한 다리. 충남 보령 벽동교입니다. 다리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불안하다고 느낀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벽동교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그 결과는 E 등급, 당장 폐쇄해야 할 수준의 최하 안전등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커다란 H빔을 받쳐놓고 제한 중량 15톤이 넘는 차량들이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20주기를 맞아 살펴본 교량 안전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렇게 100미터가 안 되는 소형 교량들의 문제였습니다. 시특법, 즉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상에는 100미터 미만의 소형 교량들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서 노후 교량이 되면 특정관리 지정 대상물이 됩니다. 이렇게 된다고 해도 대부분 비전문가인 지자체 담당자가 육안으로 검사하는 수준입니다. 그것도 6개월에 한 번 이상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다리들이 전국 교량 가운데 67%에 달하는 1만 9천여 개나 된다는 겁니다.

담당자 한 명이 챙겨야 하는 다리가 너무나 많게 된다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결국 보강 조치 없이 상태가 아주 안 좋아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 시점을 놓쳐서 다시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벽동교 뿐만 아니라 많은 다리들이 옆에 새 다리를 놓고 있거나 그런 계획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시특법 대상을 늘리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물론 모든 교량들을 제도 안에 넣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한 대책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량들까지 다 안전점검 대상이 된다고 해도 개운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점검이나 정밀안전진단 자체의 신뢰성 문제입니다. 국회 국토위 이노근 의원실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시설안전공단이 최근 5년 동안 민간 진단 업체가 한 정밀 안전진단과 안전점검 결과를 평가했더니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밀안전진단의 경우엔 전체 161건 가운데 단 4건만이 문제가 없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140건이 시정 판정을 받았고, 심의점수가 60점도 되지 않는 부실 진단도 10.5%나 됐습니다. 정밀점검 1,385건 중에서도 1,130건은 시정 판정이 나왔고 심의점수 50점이 안되는 부실 판정도 234건이나 됐습니다. 문제가 없는 경우는 21건에 불과했습니다.

상명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박종섭 교수는 부실한 안전점검이 부실한 안전 상태를 만들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진단이 적절하게 내려져야 보수, 보강에 대한 방법론들이 결정될 텐데 그때 그 결정이 잘못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방법론으로 집행되는 거죠.… 보수, 보강 그리고 내구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제 적절치 못 했을 때는 오히려 결국 수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보강 조치는 경제적인 타격까지 불러옵니다. "안전에 일단 문제가 생기게 되면 안전을 보장하고 보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이제 결정하게 되는데요. 그 방법론 결정은 결국에는 이제 경제성하고도 관련되는 거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 어떤 순서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예산이나 금액들이 판정이 되고요. … 적절치 못한 보강이나 보수 또는 판단이 들어갔을 때는 그만큼의 두 배, 세 배 이상이 이제 비용들을 산출하게 되니까 그 부분들은 오히려 큰 손해를 유발하게 되죠."

이렇게 잘못된 안전점검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경제적 낭비가 생길 수 있는 걸까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년에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부실점검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연간 318억 원, 부실진단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연간 29억 원, 부실 점검·진단으로 인해 잘못 수행된 보수·보강 손실비용은 연간 778억 원으로 전체적으로는 연간 약 1,125억 원의 손실비용이 추정되었다."(부실 정밀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의 국가적 손실비용 추정, 하명호,박종섭, 2010)

전문가들은 이런 부실 점검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불러온다고 지적합니다. 관리주체의 안전등급 판정 개입, 안전진단전문기관의 저가수주, 진단기술력 부족 등이죠. 또 현행 평가제도가 이러한 현상을 막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성수대교 붕괴 20년, 그사이 교량의 안전과 관련해 많은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교량 안전과 관련해 당시보다 상당히 발전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량들의 상태는 불안합니다. 사각에 있어서 어떤 상태인지조차 잘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 살피고, 안전에 대한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할 때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3일 뒤에 있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 가운데 일부로 이 글을 끝내려 합니다. 20년 전 이 담화의 내용을 우리는 얼마나 실현한 걸까요?

"… 이러한 사건이 재발할 수 없도록 충분한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위험을 점검하는 것을 비롯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를 다 취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관리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안이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관리 부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 이번 사건은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장의 대가요, 선진화를 모색하는 우리에게 일대 시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성장과 건설의 초점을 맞춘 근대화를 위해 애써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이나 생명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공동체의 미래상이 결정됩니다. 이제 우리는 내실의 갖춰야 합니다. 우리 모두 이제까지 살아왔고 또 개발해 왔던 그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는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하고 항구적인 시설물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자세로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

▶ [취재파일] 성수대교 붕괴 20년…못 다한 이야기 ①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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