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옥, 어디까지 경험해보셨나요?

최효안 기자 2014. 9. 21. 15: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겠지만, 그러나 한옥을 체험해본 이들은 실제론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옥은 여전히 우리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인데요.

그러나 잘 살펴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공건축물들이 한옥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옥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서울 도심, 특히 종로구에 '한옥 공공건축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차츰 서울 전역에 그리고 전국적으로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아무리 우리 것이라 해도 잘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는데 좋아하긴 힘듭니다.

한옥 역시 일단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경험들이 축적될 때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서 가볼 만한 '한옥 공공건축물'을 안내해 드립니다.

1. "우리 집같이 편한 도서관을 아시나요?"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서울 숭인동길

정감 가는 오래된 동네의 길목 한 켠에 자리한 이 도서관은 출입문 앞에 <한옥도서관>이란 간판이 없으면 '과연 도서관일까' 싶은 곳입니다. 그냥 밖에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한옥집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책이 꽉 찬 도서관입니다. 한옥의 온돌방 형태를 그대로 살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인데 앉고 싶으면 앉아서 눕고 싶으면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자유열람식' 도서관입니다.

이곳의 백미는 가운데에 있는 아주 작은 마당입니다. 이 마당에 나와선 쪽마루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데, 요즘같이 가을 햇살이 예쁜 계절에는 꼭 한번 여기서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책장에 내려앉은 햇살을 느끼며 여유 있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낍니다.

방에서 책을 읽던 아이들도 곧잘 마당으로 나와 쪽마루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밝은 햇살과 어우러져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참 아름답습니다.

왜 화가들이 오랜 세월 동안 독서 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광경입니다.

2. "이렇게 운치 있고 멋진 주민센터 보셨나요?"

<혜화동 주민센터>

서울 혜화로길

성균관대 인근에 있는 이 주민센터는 대문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아주 장중하고 멋진 '솟을 대문'에 가까운 형태인데 일단 들어가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누가 봐도 탄성이 나올 만큼 단아하고 격조 있는 한옥이 멋진 위용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곳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주민센터라는 사실입니다. 이곳은 원래 한국 최초의 여의사로 알려진 한소제님의 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이 고택은 종로구청에 매입된 뒤 한국 최초의 한옥주민센터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2012년 주민들이 더 이용하기 편리하게 리모델링 하면서 더욱 아름다운 한옥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 한옥 주민센터는 특히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듬직한 나무 아래는 주민들이 쉬고 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 민원 업무를 보는 공간 옆에는 다도나 각종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한옥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꼭 혜화동 주민이 아니어도 한번 쯤 방문해서 정원에서 한옥을 감상하며 쉬었다 가길 추천할 만큼 멋진 공간입니다.

3. "우리나라 최초의 미사가 열린 곳"

<가회동 성당>

서울 북촌로

일명 '북촌'이라 불리는 가회동, 재동 일대는 한옥보존지구입니다. 조선 시대 주로 관료계층이 살았던 이 동네는 한옥보존지구답게 오래된 한옥들이 즐비합니다.

그 한가운데 고풍스런 한옥과 참 잘 어울리는 신축 한옥이 눈에 띕니다. 다름아닌 성당입니다. 낮은 계단을 통과하게 만든 입구에는 정갈한 글씨로 '가회동 성당'이라고 써 있고, 1795년 조선 최초의 미사가 열린 곳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왼편을 보면 제가 가회동 성당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나옵니다.

한옥 옆 작은 화단인데, 동양화에 나올법한 단아한 나무 옆으로 인자한 표정으로 십자가를 들고 있는

사제 조각상이 보기만 해도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이렇게 입구부터 멋진 가회동 성당은 구석구석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한옥의 기와는 잘 들여다보면 성경의 '오병 이어'를 상징하는 성체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고, 한옥의 대청마루 뒤편의 뚫려 있는 공간은 가회동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라는 건축가의 배려입니다.최효안 기자 hyoa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