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그날 새벽 여의도에서는 무슨 일이..엇갈리는 주장

김학휘 기자 2014. 9. 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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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5명 공동 폭행 혐의 형사 입건

지난 17일 새벽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을 확인하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사건 현장을 확인하고, 경찰서로 이동해 폭행당했다는 대리운전 기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한 명이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말리려다 쌍방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는 시민 4명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경찰서에 가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 5명을 다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서에 가보니 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리운전 기사와 시민 4명만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김현 의원은 제가 도착하기 10분 전에 경찰서를 떠났다고 했습니다. 물론 경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 대책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등 유가족 5명은 경찰서에 오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병원이나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종료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건 관련자들에게 임의 동행을 요청해 각각 경찰 승합차에 태워 경찰서로 가는 과정에서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이 피를 많이 흘리고, 치료를 먼저 받겠다고 이야기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차후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 대리운전 기사와 폭행 말리려던 행인들의 주장

그렇다면 폭행을 당했다는 이들의 주장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대리운전 기사 인터뷰 내용입니다.

"대리운전 배차를 받아서 손님을 만나러 갔어요. 갔는데 식당에서 조금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한 25분에서 30분 정도 지체가 됐기에 그러고도 출발하는 데 제가 볼 때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돼서 제가 손님한테 가서 키를 주면서 저는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이동을 못하니까 '다른 기사님 불러서 가세요.' 하고서는 키를 다시 돌려주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소속 회사가 어디냐, 얼마나 기다렸다고 그렇게 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런 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대리기사들한테도 인격적으로 좀 대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 기다렸으면 죄송하다는 얘기를 하든가 뭔가 얘기를 해야지 그런 말도 없고 했더니, 의원님 앞에서 뭐 어쩌고 막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의원? 무슨 의원인데? 내가 그랬어요. 국회의원이냐고 그랬더니 국회의원이라고 김현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꺼내서 주더라고요."

"제가 거기서 이제 그랬죠. 국회의원이면 다냐? 국회의원이 뭔데 대리기사가 굽실거려야 하느냐. 나는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랬어요. 국회의원이면 대리기사가 굽실거리면서 하느냐고 그러니까 그 옆에 남자 분들이 '그렇게 해야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이가 없어서 돌아서면서 참 국회의원이 뭔데 대리기사가 굽실거려야 되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한다는 소리가 저를 보고 국정원 직원이냐고 이제 그걸 따지더라고요. 휴대폰을 꺼내서 제 얼굴을 막 찍더라고요."

"두 사람이 술이 많이 취한 것 같았는데 그 사람들이 쫓아와서 다짜고짜 제 멱살을 잡고 저를 때리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그냥 무방비 상태로 막 맞았어요. 그리고 김현 의원 옆에 있던 남자 두 사람도 다시 합세해서 네 사람이 저를 때렸어요."

"그래서 저는 일방적으로 맞아서 쓰러져 있으니까 길 건너편에 있던 지금 여기 와서 진술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쫓아와서 아니, 한 사람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때리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면서 뜯어말린 것 같아요."

대리운전 기사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기 위해 싸움에 끼어들었다는 행인들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건너편에서는 저희가 보고 있으니까 이야기 소리는 안 들리고 무슨 실랑이가 계속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한 15분에서 20분 정도 그러다가 이제 한 분이 대리기사 멱살을 잡고 때리니까 일행분들이 같이 그 대리기사분을 때린 거죠."

"발로도 차고 넘어뜨리고. 그거를 이제 저희가 보고 있다가 말려야겠다 싶어서 이제 말려놓고 있는데 또 어디서 한 분이 오셔서 또 저희 친구를 때리더라고요. 그러니까 또 이제 네 명이 때리는 거고 친구 둘은 계속 맞고 있고 때릴 수도 없고 그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제 말리고 난 후에 그분이 약주를 많이 드셨는지는 몰라도 저희도 같이 일행인 줄 알고 저희한테도 이제 손찌검을 하신 거죠. 그래서 결국 저희가 이제 경찰서로 온 거죠. 그런데 다른 분들은 뭐 아무도 안 계시고."

대리운전 기사와 행인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출발이 지체돼 시비가 시작됐고, 자신들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폭행을 당한 자신들은 밤새도록 경찰 조사에 응했는데, 반대쪽에서는 경찰서에 오지도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대리운전 기사는 자신을 도와줬던 행인들이 쌍방 폭행 피의자가 될까 봐 몇 번이고 미안하고 걱정된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 김현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

김현 의원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유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한 건 맞고, 귀가를 하기 위해서 나는 내 차로 가려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부른 대리운전 기사 분이 대리운전을 못하겠다고 했다. 차 키를 나한테 주기에 내가 대리운전 기사 분한테 이 차는 내 차가 아니고 다른 사람 차라고 말하고 있었다. 차 키를 건네고 왜 그런지를 확인하고 연락처를 받으려고 하니깐, 연락처를 안 주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사건 당시에 다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현장상황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경찰이 왔고 임의 동행 형식으로 오라고 해서 경찰서로 갔고, 상황 보고 가족분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것 보고 귀가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기사를 폭행한 게 아니라 치고받고 한 거다. 행인들이 폭행에 가담했다. 행인들이 휴대폰 꺼내서 사진 찍고 올려야지 하니까 가족들이 흥분한 것 같다. 수석부위원장은 이가 나갔다."

김형기 전 세월호 가족 대책위 수석부위원장은

"임플란트 네 개와 이 두 개가 다쳤다.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흔들흔들하고. 맞아서 내가 기절해버렸다. 그냥 주먹으로 맞아서 그냥 꼬꾸라져 버린 거다. 그래서 무릎이랑 팔이랑 다 다치고 까졌다."

이들의 주장은 폭행을 하긴 했지만 일방적인 폭행은 아니었고 쌍방 폭행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19일 세월호 유가족 5명에 대한 경찰의 첫 조사에서도 김병권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등은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행인들은 일방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맞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 일방폭행인가 쌍방폭행인가?…앞으로 경찰 수사

19일 경찰 첫 조사가 끝나고 세월호 유가족 5명은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상 공동폭행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19일 조사에서 유가족들 일부는 혐의에 대해서 시인하고 일부는 부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 대책위 위원장은 대체로 범죄사실을 시인했지만, 폭행을 한 차례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역시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나머지 3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대체로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폭행을 말리려 싸움에 끼어든 행인들과는 쌍방 폭행이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앞으로 경찰 수사는 행인들과 유가족 사이의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필요한 경우 대질 조사까지 고려하고 김현 의원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사건의 모든 과정이 제대로 찍힌 CCTV나 블랙박스는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건 현장 근처 CCTV를 사건 당일 확보했지만, 화면이 흐릿하고 사각지대가 존재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경찰은 목격자 확보에 애쓰고 있는데 현재 목격자 10명 정도를 확보했습니다.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이 스스로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한 목격자도 있지만, 목격자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경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대질 조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생생영상]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혐의…당시 CCTV 화면 공개

김학휘 기자 hw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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