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의 진실

조동찬 기자 2014. 11. 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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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어릴 때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SBS 8뉴스를 통해 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11월 15일 8뉴스]

자궁경부암 백신, 어릴 때 맞아야 예방 효과 커요

자궁경부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으로 국내에서 해마다 1천 명 정도의 여성이 이 암에 걸려 숨지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 가능한 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방 주사는 나이가 어릴 때 맞아야 효과가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 실태를 조사해보니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성인 여성의 접종률이 더 높았습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라는 바이러스는 주로 성접촉을 통해 몸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성접촉을 하기 전에 항체가 만들어지는 게 좋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해봤더니 성경험이 있는 일부 청소년의 첫 경험 나이는 해마다 낮아져서 지난해에는 12. 8세였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12.8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자궁경부암 백신의 접종률은 3-40대에서 가장 높고 9살에서 12살 사이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성인층의 접종률이 높고, 효과가 커서 권장되는 어린이의 접종률이 오히려 낮게 나온 겁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젊은 청소년이 맞을 것을 가장 권장합니다.

미국 질병관리 통제센터(CDC)도 11세에서 12세 사이에 맞을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인은 3차례 백신을 맞아야 충분한 항체가 만들어지지만 면역반응이 활발한 9세에서 13세(혹은 14세)어린이 청소년들은 두 번만 맞아도 효과가 있습니다.

보도 이후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부분을 다시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껴 취재 파일을 씁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 우려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었지만 가장 주도적이었던 건 일본 정부였습니다. 올해 2월 26일에는 일본 후생성이 자궁경부암의 부작용에 관한 심포지움을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이 심포지움에서 프랑스 파리 대학의 연구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백신속에 첨가한 특수 알루미늄이 분해가 안 된 채로 전신으로 퍼지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알루미늄의 일부는 뇌에 축적되어서 뇌 신경을 손상시키고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자유롭게 논의 되는 현상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 심포지움은 들여다 볼 구석이 있었습니다. 관련 학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심포지움은 일본 후생성과 한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초청한 의학자들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발표된 게 아니었고, 일방적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입맛에 맞는 학자만 초정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보건당국의 이런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자궁경부 백신이 부작용 우려가 높다는 권고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국가 사업을 지정하면서 여성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왔는데, 이제는 홍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일본 후생성이 발표한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권고문은 과학적 근거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는 일본이 부작용 사례로 제시한 환자들을 면밀히 조사한 후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일본 보건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부작용들은 자궁경부암 주사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억 7천개의 자궁경부암 주사가 접종됐는데 이 접종 결과를 분석한 호주나 미국 등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보면 의미 있는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보건당국이 틀렸다고 말한 겁니다. 이 보고서는 올해 2월 14일에 공개됐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그 12일 후인 2월 26일에 자신들의 입장을 말해줄 수 있는 학자들만 골라서 심포지움을 개최했고, 일본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자궁 경부암 예방백신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일본 후생성이 틀렸다는 세계보건기구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일본 후생성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부작용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그 속에 있는 알루미늄입니다. 알루미늄은 예방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첨가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은 자궁경부암 백신뿐만 아니라 폐렴구균 백신, A형간염 백신, DPT, 일본뇌염 백신 등 성인용은 물론이고 소아용 백신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물질입니다. 알루미늄때문에 생기는 부작용 이라면 유독 자궁경부암 예방주사에만 나타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자궁경부암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의 양도 따져보았습니다. M사 제품의 경우 리터당 225 마이크로그램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G사 제품은 리터당 550 마이크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루미늄 일일 허용기준은 0.6 미리그램/킬로그램입니다. 계산해 보면 자궁경부암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의 양은 일일 허용기준의 1 /1000도 채 안됩니다.

부작용 논란을 키워온 일본 정부에게는 두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특허권이 없습니다. 이 백신을 개발한 의사가 노벨 의학상을 타면서 특허권을 포기했기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제조 방법을 공개했는데, 어느 국가든 제조방법대로 만들어서 자국민에게 맞히고, 자궁경부암 예방에 힘썼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한 해 8백만 개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접종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모두 다국적 제약회사의 제품이 쓰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 자국 제약사들의 실력이 자궁경부암 주사를 다국적 제약회사의 제품과 동일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런 결과는 일본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입니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부작용이 정말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자국 제약사의 임상 시험을 허가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가 부작용이 많다는 권고문까지 내면서도, 여전히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국가 지원사업은 계속 하고있다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을 때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많은 주사를 국민들이 많이 맞을 수 있도록 국가가 그 비용을 지원하는 건데, 그래서 일본 정부의 부작용 주장은 진정성이 없습니다.

아팠던 댓글이 있었습니다. 제약회사의 돈을 받고 이 기사를 쓴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믿을만한 사례가 나온다면 꼭 보도하겠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조동찬 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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