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기만큼 뛰어난 그들의 말·말·말..드니로와 포트먼

최효안 기자 2015. 5. 29. 09: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한창 졸업 시즌입니다.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역대 대통령부터 고위 관료, 억만장자, 저명 학자 등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을 졸업 연설자로 초빙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명사들의 특별 강연은 이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초청받은 명사들은 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삶의 철학을 검증받는 자리인 동시에, 대중들은 명사들이 쌓은 위트와 인생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연설의 주인공은 유명 정치가도 거대 갑부도 아닌 헐리우드 배우들이 차지했습니다. '연기'만큼이나 뛰어난 자신만의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주인공은 수식이 필요없는 대 배우인 로버트 드니로와 내털리 포트만입니다. 감동의 포문은 로버트 드니로가 열었습니다.

예술 분야의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뉴욕대 티시스쿨 졸업생들에게 그는 시원하게 막말(?)을 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합니다."You made it, and you are fucked"(여러분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X가 됐습니다.)최고의 명문대를 졸업 했는데, 대체 뭐가 망했다는 걸까요.

"이것은 시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위해서 새로운 문이 당당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그 문은 '평생 거절의 문'입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졸업자들이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고통스럽겠지만, 고통이 없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예술대학을 나와 예술가로 첫 발을 내딛는 꿈에 부푼 이들에게 실은 이제 예술가로서 거절당하는 일만 남아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 준겁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예술 분야는 자신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거절이 일상화된 곳이라는 사실을 대 배우가 정확하게 짚어준 겁니다.

"여러분이 예술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싸워서 그것을 이뤄나가야 합니다. 예술 분야에서 '열정'이라는 것은 '이성'을 이깁니다. 여러분은 그저 여러분의 꿈을 좇아나가고 여러분 들의 운명에 도달해야 하는 겁니다.

이것은 시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위해서 새로운 문이 당당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그 문은 '평생 거절의 문'입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졸업자들이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고통스럽겠지만, 고통이 없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거절은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

댄서이든 음악가이든 감독이든 배우이든 무슨 직종이든 예술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무수한 거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만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실패를 겪게 된다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말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맡은 배역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 작품 자체에 대한 비판을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마틴 스콜세지나 다른 어떤 유명한 감독과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자기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하기만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무리 거절당해도 또 시도해야 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하나 꿈에 부푼 이들은 너무도 간과하기 쉬운 삶의 진실을, 대배우는 유쾌하게 자신의 과거를 들어 말했습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헐리우드의 잘 나가는 배우 내털리 포트만의 27일 하버드대 연설은 더욱 진솔합니다. 명문대에 뛰어난 미모, 그리고 이미 20대에 성공한 배우의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었을까 싶지만, 그녀는 보기 좋게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깨버리는 연설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은 발레 영화 '블랙 스완'이 실은 자신이 놀랄 만큼 미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는 속내를 털어 놓은 겁니다.

그녀는"나는 블랙 스완을 찍기 전 블랙 스완에서 연기해야 할 발레 동작을 하기에 내가 얼마나 한심할 만큼 준비가 안 돼 있었는지를 깨달았다면 절대 그 역할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았더라면 결코 도전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만큼 미숙했기에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결국 놀라운 예술적 성취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미숙하기에 자신의 부족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담대하게 도전하라는 얘기는 졸업생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걱정하며 언제나 실현 가능한 도전만을 은연중에 하려는 이들에게 그녀의 말은 참 신선한 울림입니다.

드니로와 포트먼은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예술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얘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말하는 연설은 그들이 보여준 그 어떤 연기보다도 더 아름답고 감동적인 '예술'이라는 사실도 분명해 보입니다.

▶ "여러분은 망했어요" 졸업식 욕설 축사에…박수 갈채

▶ 포트먼 "블랙스완 주인공 맡을 때 준비 제대로 안돼"

최효안 기자 hyoa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