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꼬박꼬박 낸 국민연금, 5년 안 찾으면 떼인다

한정원 기자 입력 2015. 4. 19. 13:48 수정 2015. 4. 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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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보장 한다더니, 몰랐던 국민만 봉?

직장 다니면서 원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떼어가는 연금, 그래도 나중에 노후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위안 삼는 경우 적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국민연금을 만 60세 될 때까지 꼬박꼬박 내고, 5년 기다려서 65세 되면 매달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당연히 나도 받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어느날 '왜 안나오나' 알아봤더니, '시간 지나 소멸됐다,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 노후대비 부었지만, 5년 지나 날아가버린 연금

66살 정 모씨는 9년 넘게 국민연금에 가입해 원금만 940만원을 납부했는데,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 찾으러 갔다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통은 65세 이후 그동안 낸 연금을 월 정액으로 받게 되지만, 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되는 경우에는 만 60세 이후 월 정액이 아닌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에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찾을 수 있는데요. 모르고 있다가 찾으러 갔더니, 만 60세 이후 5년이 지나서 소멸됐다는 겁니다.

이자까지 천100만원에 달하는 연금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줄 알고 예금처럼 그냥 두고 있었는데, '소멸' 제도를 몰랐다는 이유로 받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좀 더 일찍 알아보거나 찾으러 가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할까요? 하지만 더 황당한 건, 정씨는 분명히 그 이전에 연금공단에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 조금 더 내고 연금을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더 내라고 해서 조금 더 내야 하는 줄만 알았지, 시간이 5년 이상 지나면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안내는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제 5년이 지나 버렸으니, 그래도 받고 싶다면 심사청구를 하거나 행정소송을 해야 하고,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안내는 받았습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해서 저축은행 사태를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넣어둔 자금이 날아가 버리는 경우는 접하기 흔치 않은 데다, 국민 노후 보장해준다는 연금공단에서 일어난 일이니 더 당황스러울 만도 합니다.

● 국민연금, 일시금으로 찾을 수 있나?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가 한꺼번에 납부한 연금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형편이 어렵다거나 퇴사했다고 해서 일시금으로 지급받을 수는 없습니다.

- 만 60세까지 연금을 납입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 납부한 원금에 이자 붙여서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 만 60세 이전이라도 가입자가 사망했으나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 또는 국적 변경,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일시금 지급 대상이 됩니다.

다만, 위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5년 안에 안 받으면 반환일시금이 소멸됩니다. 사망 또는 해외로 이주한 경우 5년 넘게 연금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한푼도 찾을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소멸시효 5년이 지나서 일시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 사례는 최근 5년간 2천370건으로 금액만 33억 2천만원이 넘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급권리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받을 연금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 채 소멸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편으로 안내를 한다고는 하는데, 이사 등의 이유로 고지를 못받는 가입자가 상당합니다.

가족의 상을 당하거나 해외로 이민 가는 경우, 경황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잊지 않고 연금 챙기기 쉽지 않겠죠. 자발적으로 선택한 은행 예금이고 적금이고 통지는 당연히 받을 수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이 통지 하나 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싶습니다. 어쨌든 연금공단은 법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잘못을 탓할 수 없다고 합니다.

● 소멸시효 5년->10년 연장, 안내 의무화 추진…새정치연합 이목희 의원 발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보장한 제도인데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자발적이 아닌 강제로 떼어간다는 점에서 '소멸' 제도에 대한 반감이 클 만 합니다. 이 '소멸'이란 개념 자체가 행정적 편의를 위해 도입한 건데요. 국민 입장에서 '황당한', '잘못된' 제도라면 고치는 것이 마땅하겠죠.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현행 5년인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5년'은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65세 될 때까지 연금 받는 줄 알고 기다렸다가 소멸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반환일시금과 소멸시효 제도를 잘 몰라서 연금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국민연금 관리공단이 안내도 안 하고 '잘못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도 더 이상 없어야겠죠. 연금공단이 일시금 지급 대상에게 소멸 시효가 언제 끝나는지 사전에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이미 떼인 경우도 소급 적용 가능?

이미 소멸시효 지나 버린 가입자라 하더라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소급 적용해 연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하다 못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더라도 통장에 잔고가 남아 있으면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나의 노후를 위해 꼬박꼬박 부은 연금을 찾을 수 없어선 안 되겠죠. 국민을 위한다는 연금개혁 이슈로 한동안 사회가 떠들썩했는데, 잘못된 제도로 인해 더 이상 국민이 분통 터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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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기자 on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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