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불금'의 치명타 휴대폰 분실, 주말 개통된다니 좋긴 한데..

유성재 기자 2015. 2. 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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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자 여러분, 주말입니다. '불금'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친구나 직장 동료, 연인, 가족들과 풀기 위해 때로는 과음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과음을 했을 때 가장 일어나기 쉬운 게 소지품 분실, 그 가운데서도 휴대전화 분실이겠죠. 부끄럽지만 저도 두어 번 휴대전화를 분실해 눈물을 머금고 새 단말기를 산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정확하게는 3년 7개월 동안에는 주말에 어떤 통신사든 기기변경은 물론 신규가입, 번호이동 모두 불가능했죠.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주말에도 당연한 듯이 영업을 하고, 단말기를 계약해 집에 가져올 수는 있으면서도 정작 '전산이 닫혀 있다'는 이유로 '개통'은 불가능했습니다.

내일(3월 1일)부터는 이런 불편이 사라집니다. 이동통신사들의 번호이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3월부터는 주말에도 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 등을 가능하게 하도록 전산 시스템을 열어 놓기로 한 것입니다. 왜 이런 결정이 나왔을까요? 주말 개통 재개의 반가움(?)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휴대전화 주말 개통이 중단된 것은 2011년 7월 1일입니다. 이때 '주5일 근무제'의 확대 시행, 다시 말해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주 40시간 근무제가 근로자 5인 이상 20인 미만의 사업자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면서 소규모 휴대전화 유통점들이 주 40시간 근무의 대상이 된 거죠.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일부 대리점은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이동통신사들이 전산 시스템을 닫기로 해서 개통 업무는 못 하게 됐습니다. 그전에도 일요일은 원래 개통이 안 되고 있었는데, 추가로 토요일까지 개통을 안 해 주기로 하면서 주말 이틀이 모두 개통 불가 기간이 된 것이죠.

더 큰 이유는 번호이동제도 시행 이후 수년 동안 계속된 이른바 '보조금 전쟁'을 주말이라도 '휴전'하라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휴대전화 시장이 저가 피처폰에서 고가의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무게중심을 옮겨 가면서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출혈경쟁으로 시장이 한참 달아오른 시기였습니다. 정부로서는 통신업계의 과열 경쟁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주말이라도 보조금 살포를 중단하고 과열을 막으면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현실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입 전산 처리를 하지 못하는 주말이 휴대전화 시장이 가장 과열되는 시기가 된 거죠. 이동통신사들이 공동 출자해 번호이동 시스템을 관리하게 만든 KTOA의 번호이동 서버가 돌아가는 주중에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가입, 해지, 이동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돼 지금 어떤 사업자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가는지를 정부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주말에 전산이 아예 닫혀 버리니 실시간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이 적정한지, 누군가 분탕질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게 된 거죠. 정부가 본의 아니게 눈을 가리게 된 주말을 틈타 이동통신사들은 한껏 보조금을 투입하고, 그 결과는 월요일 오전에 한꺼번에 전산 등록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렇게 주말에 대대적인 총력전을 하니 '주5일 근무제'고 뭐고 영업점들은 그야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이 될 수밖에 없었죠. 이게 지난해 9월까지의 일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은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대체로 안정'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보조금에 뚜껑이 씌워졌고, 이동통신사를 다스릴 몽둥이는 더 굵어졌죠. 이동통신사들도 과거의 '무한 경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가끔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전쟁터(아이폰 6 국내 상륙)에서만 '의무 방어전'을 치르면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개선'은 바로 이런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었고, 실제 이용자들 지갑 사정의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무튼 시장이 이른바 '짜게 식으면서' 이제는 주말에도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을 해도 되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이동통신업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예전처럼 전면적인 보조금 전쟁에 돌입하기는 어려우니 주말에 전산을 닫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여기에 정부도 주말 개통 업무를 재개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산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주말의 이동통신시장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였죠. 주로 주말에 다채로운(?) 영업 활동을 통해 다른 업체에서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입장이었던 한 군데 업체만 주말 개통 재개를 반대했지만, 정부가 불러서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3년 7개월 만에 이동통신 주말 가입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내일(1일)부터 번호이동 전산 업무는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과 번호이동시스템 정기예방점검일인 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 운영됩니다. 이렇게 되면 '불금'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답답한 주말을 '강제로' 보내야 하는 불편함은 조금 없어지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휴대전화를 둘러싼 이용자들의 불만이 한 번에 해소되는 건 당연히 아닐 겁니다. 돈 들여 디지털 디톡스(detox)도 하는 마당에, 조금 기다려도 좋으니 휴대전화 좀 싸게 사자는 분들도 당연히 많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정부의 보조금 규제나 단말기유통법은 모두 '이용자 차별 방지'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도는 정보, 어디 어디 유통점에서 흘리는 정보가 이동통신 소비자 모두에게 균일하게 전달되지 못해, 정보를 아는 사람만 싸게 사고 모르는 사람은 비싸게 사니 모르는 사람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 보조금을 규제하고 단말기유통법까지 만든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도(공시 지원금은 공개되지만, 제조사 지원금까지 공개하는 건 아니니까 정보를 다 아는 것도 아니네요?) 단말기를 비싸게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건 이미 이용자 모두가 느끼고 있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단말기유통법 시행 5개월 차, 이제 이용자들의 불만은 들을 만큼 들었을 테니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 약속했던 그거, 단말기유통법 보완·개선 작업에 하루빨리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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