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스텔스함의 어선레이더 vs 통영함의 어군탐지기

김태훈 기자 2015. 2.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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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7일 함대함 미사일과 함께 스텔스 형상의 고속정을 공개했습니다. 함대함 미사일은 지난해 동영상으로 1~2초 공개된 적도 있고 군 당국이 정보자산으로 익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스텔스 형상 고속정의 온 모습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군 당국의 시선도 미사일이 아니라 고속정에 꽂혔습니다.

북한의 신형 고속정은 스텔스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트가 엉성했습니다. 송전탑 같이 생긴 마스트는 단박에 상대편의 레이더에 포착됩니다. 배 모양은 스텔스 같은데 '송전탑 마스트' 때문에 스텔스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더욱 눈에 띄는 장비는 레이더입니다. 북한의 보도 사진을 확대해 보면 레이더 전면에 FURUNO라는 영문이 보입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상용 레이더 메이커, 후루노입니다. 군용 레이더가 아니라 상선이나 어선에 쓰는 일본제 레이더를 달았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상용이니 군용으로서의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선용 레이더 장착한 북한 스텔스 고속정. 이 어색한 조합이 애써 잊으려 했던 치욕의 통영함을 떠오르게 합니다. 어군탐지기 달아맨 최신 구난정 통영함. 북한을 한껏 조롱할 수 있는 기회인데 통영함이 가로막습니다. 왜 배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가지고….

● 어선용 레이더 장착한 북한 스텔스 형상 고속정

북한 스텔스 형상 고속정 마스트에는 일본 후루노사의 항해용 기상레이더와 2D 레이더만 덩그러니 매달렸습니다. 우리 해군 고속정에 장착된 3D 대공레이더와 2D 대함레이더, 대함미사일 유도 교란장치, 유도탄 위치 파악 장치 등에 비하면 몹시 소박합니다.

단촐할 뿐 아니라 대함 공격 능력도 부실하고 미사일 방어 능력도 떨어집니다. 후루노사의 레이더는 60여 킬로미터까지 탐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목숨 내건 공격과 방어용이 아니라 기상관측용입니다. 상용 레이더가 북한 함대함 미사일의 목표 지점을 대충 찍어주면 미사일은 날아가다가 목표지점에 얼추 근접해서는 자체 항법장치로 비행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용 레이더는 전파 방해, 이른바 재밍(Jamming)에도 속수무책입니다. 방해전파 한 자락에 북한 스텔스 형상 고속정의 레이더는 무력화됩니다. 상대방의 유도탄 위치를 파악하고 유도탄을 교란하는 장비도 없어서 우리 해군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선 두려워할 만한 함정은 아니라는 겁니다. 허나 여기서 멈출 북한이 아니지요.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일본은 북한이 군수물자로 전용할 만한 상용 제품들 관리에 신경 좀 써야 하겠습니다.

● 비슷한 듯 다른 통영함

북한은 방산비리로 인해 고속정에 상용 레이더를 매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대북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군용 장비를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은 사고 싶어도 외국 군용 레이더를 살 수가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경유해 상용 레이더라도 수입하는 실정으로 추정됩니다. 어쩔 수 없이 상용 레이더를 들여와 군용으로 전용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스텔스 형상의 고속정은 북한이 최선을 다해 만든 배입니다.

통영함은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 하다못해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도 군수 물자를 수입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통영함에 어군탐지기와 엉터리 소나를 매달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스텔스형 고속정은 엉터리 같은 배임에도 북한에게는 최고 지도자가 아끼는 자랑스런 함정이고, 통영함은 그냥 엉터리 배입니다.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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