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토네이도 발생, 솔새는 미리 안다

안영인 기자 입력 2014. 12. 21. 11:27 수정 2014. 12.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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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죽지 솔새(Golden-winged Warbler), 참새목에 속하는 새로 참새와 비슷하지만 머리와 날개에 노란색 깃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살다가 겨울철에는 중남미 지역으로 이동하는 철새다.

최첨단 과학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토네이도 발생을 노란 죽지 솔새(이하 솔새)는 미리 아는 것일까? 최근 우연히 발견된 사실 하나가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Berkeley)와 미네소타대학교, 테네시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솔새가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폭풍이 발생해 다가오는 것을 적어도 24시간 전에 미리 알고 대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Streby et al., 2014). 연구팀은 솔새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솔새는 보통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사이에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중남미 지역으로 이동하고 4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다시 미국 북동부 지역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위치추적을 하다 보니 특이하게도 지난(2014년) 4월 하순에는 중남미지역에서 돌아온 솔새가 남쪽으로 내려갈 시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5일 정도 보금자리를 떠나 1,000km 이상을 남쪽으로 내려갔다 다시 돌아온 것이 포착됐다.

솔새가 남쪽으로 내려가는 가을도 아니고 특히 남쪽에서 올라온 지도 며칠 되지 않았는데 5일 동안 보금자리를 떠나 1,000km 이상을 내려갔다 올라온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솔새가 비정상적인 이동을 하는 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다가 솔새가 보금자리를 떠났던 시기가 강력한 토네이도가 이 지역을 훑고 지나간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을 찾아냈다.

다음 그림은 2014년 4월 하순 미국 중부와 동부지역에 토네이도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이 지나가는 시기의 위성사진과 솔새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이 기간에 미국 중부와 동부지역에서는 확인된 것만 84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고 적어도 3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림을 보면 미국 중부지역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던 4월 27일은 중남미 지역에서 겨울을 보낸 솔새가 5,000km 이상 날아와 여름철 보금자리에 막 자리를 잡은 시점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도착하자마자 강력한 토네이도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솔새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토네이도를 피해 1,000km 이상을 날아 미국 남부지역으로 내려가야만 했다(4월 28일~30일). 폭풍이 약해지고 대서양으로 빠져나가자 솔새는 다시 여름철 보금자리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5월 1일~2일). 5일 동안 토네이도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을 피해 떠났다가 폭풍이 지나가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솔새가 토네이도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이 다가오는 것과 물러가는 것을 정확히 감지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폭풍은 보금자리에서 폭풍을 맞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솔새는 어떻게 강력한 토네이도를 예측하고 판단하고 대피를 한 것일까?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토네이도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infrasound)다. 초저주파는 주파수가 20헤르츠(Hz)보다 작은 경우로 가청주파수보다 작아 사람은 들을 수가 없다. 초저주파는 강도가 약해지지 않고 수천km를 퍼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솔새가 이 초저주파를 감지해 강력한 폭풍이 발생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특히 초저주파의 강도를 감지해 폭풍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을 뿐 아니라 주파수가 점점 높아지는지 아니면 점점 낮아지는지까지 감지해 폭풍이 다가오는 것인지 아니면 물러가는 것인지(이 같은 현상을 '도플러 효과'라 한다) 까지도 감지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폭풍의 발생과 경로를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직도 인간이 쉽게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아 있다. 몇 시간 전에만 알 수 있어도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텐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솔새가 강력한 토네이도의 발생과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력한 폭풍이 초저주파를 발생시키고 모든 종류의 새는 아니지만 여러 종류의 새가 초저주파를 감지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경우는 솔새가 강력한 폭풍이 발생해 다가오는 것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피를 했지만, 또다시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솔새가 같은 행동을 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또 솔새가 어느 정도 강도의 초저주파 즉, 어느 정도로 강력한 폭풍이 다가올 때 대피를 하는 것인지도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솔새가 어떻게 초저주파를 감지하고 예측하고 판단해서 대피하는지도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할 경우 토네이도 같은 강력한 폭풍은 지금보다 더욱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토네이도 예측이나 초저주파와 폭풍에 관한 연구에 앞서 솔새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것부터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Henry M. Streby, Gunnar R. Kramer, Sean M. Peterson, Justin A. Lehman, David A. Buehler, David E. Andersen. 2014: Tornadic Storm Avoidance Behavior in Breeding Songbirds. Current Biology

http://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2814%2901428-6

* Cell press, Birds sensed severe storms and fled before tornado outbreak.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4-12/cp-bss121214.php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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