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싱크홀 속출하는 제2롯데월드, 과연 안전한가?

이상엽 기자 입력 2014. 7. 8. 09:24 수정 2014. 7.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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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일대에서 싱크홀(sink hole)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출돼 도로나 땅의 일부분이 가라앉거나 무너져 깊은 구멍이 패이는 지반침하 현상입니다.

그것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해 인근 석촌호수의 수면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보고와 맞물려 최근 잇따른 싱크홀도 공사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됐거나 제보, 신고가 들어온 제2롯데월드 일대의 싱크홀 지점을 <지도1>에 모아 봤습니다. 주로 석촌호수 동쪽 방이동 일대에 싱크홀이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스토리 (▶바로가기) 와 페이스북 (▶바로가기) SBS 페이지에서 이 정보를 공개하자 이용자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습니다. '당분간 롯데월드 쪽은 안 가야겠다' '위험하다, 여긴 가지 말자' '이거 사고나면 롯데에서 책임지는 건가?' 같은 우려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2롯데월드 싱크홀'이 화제가 되면서 공사 주체인 롯데 측도 대응에 나서는 모양입니다. 지난달부터 웹상에서는 싱크홀이 생길 수가 없다는 요지의 글이 갑자기 부쩍 늘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니, 대개는 '아직 물이 롯데월드타워 쪽으로 흘러갔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한다' 내지는, '바닥에 공사할 때 1차 슬러리월, 2.3차 차수벽을 설치하여 석촌호수의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하더라구요'처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글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은 항상 '위 포스팅은 롯데월드타워 홍보단 활동을 통해 원고료를 받고 진행되었습니다'란 꼬리말로 끝나는 공통점도 갖고 있었습니다. 롯데 측에서 자금을 풀어 블로거들을 후원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블로거들을 머쓱하게 할 조사결과가 새로 나왔습니다. 서울시 전문가 자문단이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시점과 제2롯데월드 굴착 시기가 맞아떨어진다며, 제2롯데월드 공사로 지하 6층 깊이(37m)까지 터파기를 하면서 배수성이 좋은 지반에 균열이 생겨 지하수 유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힌 겁니다. 2011년 11월에 1차 굴착공사, 2012년 8월 2차 굴착공사가 완료됐는데,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가 이 시점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겁니다. 또 공사 이전에는 호수 수위가 낮아진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자문단은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의 물막이 작업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롯데 측과 블로거들은 '슬러리월'이라 불리는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해 물이 새지 못하게 막았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슬러리월 아랫 부분과 기반암 사이에 틈이 벌어져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겁니다.

자문단은 또 이 경우 지하에 새로 생긴 물길로 흙이 쓸려가 지반이 침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롯데 측은 현장 일대가 튼튼한 호상편마암으로 이뤄져 있어 지반이 침하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조금 의문이 있습니다.

<지도2>를 보면 제2롯데월드의 지층은 충적층이며, 대표암석은 '흙, 모래, 자갈'이라는 지질조사 결과가 나타납니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의 기반암은 서울시의 강남지역 동부 일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호상편마암이지만, 그 위에는 흙과 모래, 자갈로 구성된 연약한 퇴적층인 충적층이 두껍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공하는 지질정보검색시스템(mgeo.kigam.re.kr)에서 제공하는 5만분의 1 지질도를 이용하면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큰 축척의 <지도3>을 보면 제2롯데월드 일대를 비롯해 탄천과 양재천 일대가 모두 연한 색의 충적층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한강변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일대는 과거 한강 본류가 지나는 강 한복판이었습니다. 과거 서울 잠실 일대의 지형을 <지도4>에서 보면 잠실은 커다란 섬(하중도)이었고, 한강이 그 잠실을 끼고 두 갈래로 갈라져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잠실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 한강의 본류이고, 잠실 북쪽과 오늘날의 광진구 사이를 흐르는 강은 홍수로 인해 생긴 물길이었다가 강남과 잠실 일대의 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 오히려 본류가 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쪽의 구 한강 본류 가운데 그대로 남은 부분이 지금의 석촌호수입니다.

이 일대의 지층은 신생대 제4기에 조성된 퇴적토양입니다.

한강이 상류에서부터 실어온 흙과 모래가 쌓이고 덮여서 조성된 강바닥 지층이라 그리 튼튼하지 않습니다. 지하 암반 사이사이에 지하수가 흐르는 수맥이 지나고, 이 지하수맥은 한강으로 곧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싱크홀은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잘 생깁니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공사를 위해 지하 37m까지 암반을 굴착해서 그 위에 대량의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지반을 튼튼히 했다고 합니다. 막대한 공사비를 투입해 짓는 123층 건물이니만큼 당연히 건물 자체는 튼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문제는 제2롯데월드 주변의 약한 지층 위에 살고 있는 수만 명의 주민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대량 유출될 경우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고, 마침내 위에서 누르는 막대한 압력을 이기지 못해 싱크홀이나 토사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수 유출은 당연하고, 심한 경우 지반의 안정성 문제도 우려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싱크홀은 포트홀(pot hole)과 다릅니다. 포트홀은 빗물이 도로의 아스팔트 틈으로 스며들면서 약해진 아스팔트가 떨어져 나간 얕은 구멍이고,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물이 채우고 있던 지하 공간이 비워져 지반이 무너진 것입니다. 둘의 차이는 큽니다. 싱크홀이 잇따라 생기는 건 비 며칠 온다고 생기는 현상이 절대로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하수가 빠져나간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고려해서라도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석촌호수 바닥과 인근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입니다. 최근 잇따르는 싱크홀의 원인을 찾는 것과 함께, 제2롯데월드 지하수량의 흐름과 변동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제2롯데월드 공사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안전점검과 제3자의 객관적인 감리·감독도 필요합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문제점이 대부분 시정됐다'고 발표한 제2롯데월드 고층부 안전점검의 주체는 서울시가 아닌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등 4개 학회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들에게 안전점검을 요청만 했고, 정작 점검 용역비를 부담한 곳은 롯데 측이었습니다. 이래놓고 '안전하다'는 결과 발표를 믿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후원금 받았으니 안전 문제 OK, 라고 하는 블로거들과 학회 전문가들이 뭐가 다른지 궁금합니다.이상엽 기자 scien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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