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붇고 불은 국수는 이제 그만

이은희 2015. 7.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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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에서 백종원까지-. 요리하는 방송이 인기다. 그 중심엔 요리하는 남자들이 있다.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에 열중하는 남자들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 불황의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우려는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요리 문외한까지 부엌으로 이끌 정도로 쉽고 실용적인 조리법이 연일 화제다.

 이들의 요리법을 블로그 등에 옮기면서 맞춤법에 어긋나게 표현할 때가 있다. “소면을 찬물에 넣고 양손으로 빨래하듯 빡빡 비벼 겉에 있는 전분을 잘 씻어 내야 면이 금세 불지 않아요” “불은 콩을 갈 필요 없이 두부를 이용해 콩국수를 만들어 보세요” 등과 같이 흔히 적는다. ‘불은 콩’은 바르게 사용됐지만 ‘불지 않아요’는 ‘붇지 않아요’로 고쳐야 한다.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지다는 의미의 동사를 ‘불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붇다’가 기본형이다. ‘붇다’에 어미 ‘-지’가 붙으면 ‘붇지’로 활용되나 ‘-은’이 붙으면 ‘불은(붇+은)’으로 바뀌는 ㄷ불규칙활용을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ㄷ불규칙활용은 어간 말음인 ㄷ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자음 앞에선 받침이 안 바뀌고 그대로 ㄷ을 쓴다. ‘붇고·붇는·붇지·불으면·불은·불어·불으니’로 활용된다. 엇비슷해 보이는 활용형 때문에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는 뜻의 ‘불다’와 헷갈려선 안 된다. 활용형도 ‘불고·부는·불지·불면·분·불어·부니’로 차이가 난다.

 ‘붇다’는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는 의미의 ‘붓다’와도 혼동하기 쉽다. “라면이 붇다”와 “얼굴이 붓다”로 다르게 사용된다. ‘붓다’는 어간 끝소리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ㅅ불규칙용언이다. ‘붓고·붓는·붓지·부으면·부은·부어·부으니’로 변한다.

 ‘붇다’엔 “강물이 붇다” “체중이 붇다” “살림이 붇다”와 같이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는 뜻도 있다. “재산이 붇다”의 ‘붇다’와 불입금·이자·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는 의미의 ‘붓다’도 많이 혼동한다. “적금은 붇고 있니?”라고 해선 안 된다. ‘붓고’라고 해야 바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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