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취향이 판이하게 다른가요?

이은희 2015. 7.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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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연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로 성격도 비슷하고 취향도 잘 맞아선지 여러모로 통하는 게 많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성격이나 취향이 정반대라서 끌린다는 이도 있다.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한 자신과 달리 결단력 있는 그가 멋있어 보여서, 덜렁대기 일쑤인 자신에 비해 꼼꼼하고 침착한 그녀에게 반해서 등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사귀게 됐다는 것이다.

 연인들이 얘기하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 “판이하게 다른 입맛” “판이하게 다른 취향”은 올바른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판이한 성격” “판이한 입맛” “판이한 취향”이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판이(判異)하다’가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주 다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판이하게 다르다’고 하면 ‘다르다’는 표현을 중복해 사용하는 셈이 된다. 서로 차이가 많이 나고 같지 않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판이하다’ 하나로만 표현하거나 ‘아주 다르다’ ‘매우 다르다’ ‘사뭇 다르다’ 등으로 적절하게 바꿔 쓰는 것이 좋다.

 ‘전개가 펼쳐지다’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짐작도 안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졌다”와 같은 경우다. ‘전개(展開)’가 내용을 진전시켜 펴 나감이란 뜻이므로 ‘전개가 펼쳐지다’고 하면 ‘어떤 내용을 펴 나가고 펼쳐지다’처럼 같은 의미의 낱말을 반복해 표현하는 꼴이 된다. 중복되는 표현은 버리고 ‘전개되다(하다)’로만 써도 충분하다. 풀어서 ‘내용이 펼쳐지다’ ‘이야기가 펼쳐지다’ 등으로 바꿔도 된다.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도 안 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졌다”와 같이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함께 공존하다’ 역시 한 단어론 부족하다고 생각해 같은 말을 덧붙인 경우다.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란 표현은 어색하다. ‘공존(共存)’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므로 중복되는 표현은 빼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곳”이라고 하면 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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