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너무'를 긍정에도 쓸 수 있다

배상복 입력 2015. 6. 30. 00:02 수정 2015. 6. 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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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에서 ‘너무를 너무 쓰지 맙시다’는 제목으로 ‘너무’를 다룬 적이 있다. 일반인뿐 아니라 TV 출연자들이 ‘너무’를 남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너무’ 하나로도 모자라 “너무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예쁘다” 등처럼 ‘너무’를 마구 쓰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너무’는 원래 “너무 어렵다” “너무 위험하다” “너무 멀다” 등처럼 부정적 의미와 어울려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긍정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해선 안 된다. “너무 크다”고 하면 커서 좋지 않다는 말이다. “너무 많다”도 마찬가지다. 많아서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긍정적인 내용에 ‘너무’를 써도 된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을 바꾸었다. ‘너무’를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고 풀이하고 용례로 “너무 늦다” “너무 어렵다” 등 부정을 강조하는 말뿐 아니라 “너무 크다”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를 추가해 올렸다. 언어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국어규범정비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제는 ‘너무’를 긍정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해도 어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를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말에선 긍정을 강조하는 어휘가 많다. ‘아주’ ‘정말’ ‘진짜’ ‘엄청’ ‘대단히’ ‘매우’ ‘무척’ 등 다양하다. ‘너무’를 남용한다면 이들 어휘는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얘기할 때 ‘너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어휘력의 빈곤을 드러내기 때문에 말의 격도 떨어진다. “해수욕장에 놀러 왔더니 날씨도 너무 좋고 사람도 너무 많고 너무 너무 좋아요”라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딘지 말의 수준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해수욕장에 놀러 왔더니 날씨도 정말 좋고 사람도 엄청 많고 진짜 좋아요”처럼 다양한 어휘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품위 있는 말이 된다.

 ‘너무’를 긍정에 쓰더라도 여전히 남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기야 “열라 좋다” “졸라 좋다” “완전 좋다” “개좋다”보다 “너무 좋다”가 낫기는 하지만….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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