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방송토론보다 TV방송사 자체가 허당

노컷뉴스

[CBS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미국의 대선 후보 TV 토론은 1960년대에는 3대 방송사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이후 1976년부터는 여성유권자연맹이 비영리단체로서 대선토론을 주관해 오다 1988년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토론참여 방식을 놓고 충돌한다.

여성유권자 연맹은 민주·공화 양당이 대선토론을 선전에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대선토론 주관을 포기했다. 그래서 1988년부터는 독립민간단체인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CPD)가 대선 토론을 주관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후보토론위원회는 민간단체이고 정부와 정당 후보측으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 비영리 독립기구이다. 대신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경비를 마련한다.

◇한국과 미국의 후보 방송토론…이렇게 다르다

종종 우리도 대선토론을 정치중립적으로 준비하는 미국 대선후보토론위원회 같은 기구를 꾸렸으면 하는 여론도 있다. 미국 대선후보토론위원회가 민간단체로서 큰 문제없이 꾸려나가고는 있지만 문제가 없을 리 없다.

▲CPD 위원들이 어차피 민주.공화 양대 정당 관련 인물들이어서 유권자 편에서 운용되어야 함에도 정당의 영향력이 토론에 과도하게 행사된다. ▲스폰서로 기업이 참가해 기업의 영향력도 발휘된다. ▲대선 후보 방송 토론이 갖는 영향력에 비해 과다한 평가.

양당체제가 굳어진 미국에서는 이미 마음속에 찍을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대부분이고 선거광고, 선거유세, 선거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실시돼 영향력이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이다.

우리나라의 대선후보 토론은 1997년 15대 대선 때 처음으로 방송협회 주관 하에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꾸려 운영했다. 2002년도 마찬가지. 이후 2004년 3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각종 연설회를 모두 폐지하고 중앙선관위 산하에 독립기구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하여 각급 선거의 후보 토론을 관장케 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정부 조직이나 방송사 민간 스폰서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후보가 토론을 거부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후보 토론 참여가 법으로 강제되어 있는 것도 강점이다. 토론위원회의 위원들은 비교적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고 토론전문위원들이 자문도 맡고 있다. 문제는 뭘까?

우선 공정성에만 얽매여 토론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공정성과 산술적 균형에 매달리다보니 뻣뻣하게 거기서 거기이고 유권자에게 판단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위원과 사무국에서 획기적이고 새로운 방식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창의적인 토론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은 민간단체의 장점대로 유권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적극 반영하지만 우리 선거방송은 유권자 보다는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선후보 방송토론을 법으로 의무화 하고 있는 국가이지만 토론방송이 뜨지 못하는 건 역시 민주정치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다.

◇토론 방송이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 자체가 문제

4일 후보들 방송토론도 별 재미는 없었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 정도가 눈길을 끈 유일한 이슈. 그러나 방송토론이 진행된 다음 날 방송보도야말로 흥미롭다. 이정희 후보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방송사 뉴스도 있다.

박근혜-문재인 간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보도를 한다. KBS, MBC, SBS 방송 3사 모두 토론에서의 새로운 내용, 심각한 이슈, 치열한 다툼을 피해 나갔다는 평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드러난 사실들-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 씨로부터 받은 6억 원 등-은 모두 외면했다.

이런 내용들은 그동안 SNS과 일부 인터넷 언론에서만 떠돌았을 뿐 지상파 방송사는 언급조차 못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이 토론 중에 등장한 걸 빌미로 보도하면 그동안의 침묵의 수모를 모두 갚고도 남을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음으로써 권력에 의해 닫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퍼를 채운 것으로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러고도 국민에게 시청료고지서를 들이밀다니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선거 보도에 지상파 방송의 존재감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토론방송을 보고나니 지상파 방송은 이미 공명한 선거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바뀌어 있음을 확인한다. 그저 법으로 방송토론 회수가 규정되어 있으니 할 뿐 내용도 진실도 담겨 있지 않은 토론, 시청률도 저조한 방송, 이미 찍을 후보를 다 골라놓은 뒤에 북 치고 장구 치는 지상파 선거방송이 존재할 이유가 뭐겠는가.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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