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형 알파고' 의혹 투명하게 밝혀라

2016. 10.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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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출발한 민간 지능정보기술연구소(AIRI)가 출범부터 삐걱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정을 어겨가며 갓 출범해 검증도 안 된 3개월 연구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AIRI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지능정보기술 시장 선점을 위해 설립된 연구소로 미래부가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민간합동 간담회를 통해 추진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차, 한화생명 등 7개 기업이 30억원씩 총 210억원을 출자했다.

AIRI 특혜 논란은 미래부가 연간 150억원씩 5년 동안, 총 750억원의 정책 과제를 AIRI에 지원키로 한 게 드러나며 불거졌다. AIRI 홈페이지에는 '연구소 운영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에서 국책과제로 지원을 약속했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AIRI 선정 조건이 '정책지정'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책지정은 연구 과제와 수행기관을 장관이 직접 지정하되 국가 주도가 불가피한 시급한 사안이거나 경쟁 가능한 연구기관이 없을 경우로 요건이 제한된다. 인공지능 연구는 전자통신연구원, 카이스트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오래전부터 해왔고,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솔트룩스 등 ICT 기업들과 국내 대학들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만약 국가 주도가 불가피한 시급한 사안이라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분기에 특정 연구기관과 과제를 지정하고 예산도 집행해야 맞다. 지난 11일 출범한 AIRI의 경우 올 연구 기간은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AIRI는 현재까지 10여명의 연구원이 모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명이 하는 3개월 동안의 연구에 150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올 다보스포럼부터 불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 열풍에서 한국은 한발 늦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각종 4차 산업혁명 콘퍼런스가 열리고 정부의 관심이 뒤늦게 이어졌다. 미래부는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연구에서 많이 뒤진 만큼 국가가 이를 시급하다고 판단해 정책지정 과제로 선정됐다"면서도 "예산이 아직 집행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 특혜로 단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IRI에 대한 미래부의 예산지원은 내년도 창조경제 예산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부는 내년도 창조경제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최대 50%가량 늘려 1266억원으로 제출한 상태라 더욱 진통이 예상된다. 예산심사 절차를 무시하고 주무장관이 특정 연구원에 과제를 부여하는 행위는 명백히 월권이자 불법이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내년 기초·원천·상용화 등 각자 강점이 있는 분야에 산·학·연의 연구역량을 집중한다는 근본취지는 옳다. 그러나 구체적인 밑그림 없이 '창조경제'라는 거시적 주제 아래 예산만 쏟아부어서는 안된다. 특히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논란 속에 최근 미르, K스포츠 재단 등 권력형 비리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창조경제 예산안을 따져보면 기능이나 임무가 타 부처와 중복되는 사업이 많다는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 한국형 알파고 개발 특혜 의혹도 면밀하게 따져 '존재의 이유'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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