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식 규제 홍수.. '불량 입법' 걸러내라

2016. 9.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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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법률안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표출되는 다원화 사회에서 의원 발의 증가는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의제설정을 이끌고, 입법 주도권을 갖는다는 순기능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을 면면히 뜯어보면 정치적 고려가 수반된 인기영합적 입법, 부실 입법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불량 입법' 홍수로 국가 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국민 활동의 큰 혼란과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20대 국회가 개원 한 이후 114일간 의원발의에 의한 폐지·완화 규제조문보다 신설·강화 규제조문이 5.3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기존 법안과 중복되거나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간섭하는 법안,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특정 업종 과잉보호를 위한 법안 등이 많다는 주장이다. 야 3당 의원들이 무려 820건의 규제 신설· 강화 법안을 발의하며 규제 강화를 주도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장했다.

20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출발했지만, 개원 초기부터 실효성과 현실성이 없는 비상식적· 비정상적 법안, 재탕·삼탕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니 '식물국회'· '불임국회'라는 오명과 의원들의 입법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징벌배상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7건의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기업집단의 해외계열회사현황 공시의무 2건, 일감몰아주기규제 2건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중복 발의됐다. 최소한의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황당한 법안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강행 처리로 26일 시작된 국정감사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소모적 정치 논쟁과 졸속 심의가 20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빠진 상황에서민생 법안 등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 구태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 규제 입법이 국민 생활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대부분의 의원 입법은 의원의 의사 소통과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옥석을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규제· 입법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규제영향 평가 의무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제대로 평가가 이뤄진다면, 포괄적 관점에서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불량· 과잉입법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타당성이 결여된 기업 규제법이나 '기업 때리기법' 암초에 걸려 멀쩡한 기업이 좌초하거나 기업 경영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새로운 융합경제의 변화를 반영하는 법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 사회가 바뀌고 있는데 국회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경제 활성화에 진력하는 국회로 탈바꿈하지 못한다면 '국회 무용론'이 거세질 것이다. 청년들과 신생 기업들이 과감하게 신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입법 활동을 강화하기 바란다. 부실입법은 법에 대한 신뢰 추락과 준법정신의 해이를 초래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쏠림 입법'이나 과잉 입법이 전반적 입법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국회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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