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글 지도반출, 안보-통상 연결 말아야

2016. 8. 23. 1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부처와 국가정보원은 24일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구글에 우리나라 정밀 지도 반출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각 부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우리 정부는 구글에 지도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부처는 지도 반출 허용에 따른 IT 서비스 신산업 발전 효과보다는 '안보'를 최우선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산업부와 외교부는 미국과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며, 지도 반출 불허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반출을 요청한 '1:5000 대축척 수치지형도' 기반의 지도 데이터가 안보시설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안보 전문가에 따르면 안보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은 지도 데이터라도 구글의 위성영상 서비스인 '구글어스'와 결합하면 한국 내 주요 보안 시설이 그대로 노출된다. 정부는 반출 조건으로 구글어스에서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를 거부했다.

우리 정부의 합당한 '안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구글은 그동안 미국 정부를 통해 지도 반출 허용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우회적인 통상 압력을 우리 정부에 넣고 있다. 구글 지도반출 문제와 관련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 우리 정부 부처와 비공개 영상회의를 열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해달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월 USTR은 '국별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글 등) 국제 공급자가 경쟁 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안보 결정 사안을 통상 문제로 압박하는 것은 발전적인 한-미 동맹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 사회도 이를 합당치 않은 것으로 볼 것이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개발, 북한 정치 불안, 사드 등 국내 안보 관련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이 국익과 국민을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 결정 사안을 존중해야 한다. 안보와 통상 문제를 연결시켜 자국 기업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선 안 된다.

구글은 우리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하기 전에 합당한 국가보안 조치를 따르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 구글은 국내에서 한 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면서도,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아 고정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인세 등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도 반출 대신 지도 서비스를 위한 서버를 국내에 두면 해결될 문제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으려는 게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구글 스스로 먼저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나 몰라라' 하면서, 기업 이윤만 내세운다면 최근 일고 있는 '반 구글' 정서는 더 거세질 것이다.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