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발 경제위기 면밀하게 대비하라

2016. 6. 26. 1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이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놓고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 '탈퇴' 51.9%로 나타나 영국의 최종 EU 탈퇴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1993년 EU가 출범한 지 23년 만에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세계 경제 5위이자, 세계 금융 시장에서 막강한 역할을 담당하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당장 지난 24일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유럽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달러화와 엔화는 폭등했고, 신흥국 통화는 폭락했다.

문제는 브렉시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체코, 폴란드 등도 EU 탈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칫 EU 경제공동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1.3% 수준에 불과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EU의 해체 위기는 세계 금융 경색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가뜩이나 살아나지 않는 세계 경제를 다시 옥죌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에 따라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당장 영국과 EU 국가들의 우리나라 투자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 36조5000억원이 들어와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의 8.4%로 미국계 자금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영국 경제 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다른 EU 국가들의 30조원 가량의 국내 증시 투자자금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달러와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U 발 금융과 경제 위기가 세계 각국의 금융불안과 경기침체를 도미노 식으로 유발한다면, 우리 경제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영국의 EU 탈퇴 결정 후에도 EU와 2년간 탈퇴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하고, 다른 EU 회원국도 탈퇴를 잇따라 시도한다면 EU의 불안은 2~3년 내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

우리 수출은 지난 5월까지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내수 지표인 소비자 물가지수도 올초 1%대에서 지난달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생산과 투자도 모두 감소세다.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 악영향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와 EU 경제 불안은 우리에 충격파를 던질 게 분명하다.

지난 24일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춰 발표했다가, 확정된 게 아니라며 번복했다. 올해 3% 성장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예상이다. 정부는 우선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 대응하고, 수출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하반기 추가 경정예산을 서둘러 편성하고, 규모도 20조원 이상으로 늘려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