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슈퍼컴 개발 국가적 역량 모을 때다

2016. 6.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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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일이 슈퍼컴퓨터를 놓고 자존심 경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가 슈퍼컴 개발에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슈퍼컴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중국 슈퍼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전 세계 슈퍼컴 중 1위를 차지했다. 최강국 미국도 제쳤다. 2016 국제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로 인정받은 선웨이의 연산처리 속도는 1초당 93페타플롭(PF)이다. 1페타플롭은 초당 1000조번 연산할 수 있는 속도다.

이런 중국이 콜롬비아 대학교와 협력해 2018년까지 '텐허3호'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텐허3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선웨이보다 10배 빠르다는 발표다. 텐허3호의 초당 연산속도는 100경번(약 1000페타플롭)대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이 2020년 투입 목표로 슈퍼컴 '텐허3호'를 개발하게 된다면, 2020년 한국보다 1000배 빠른 슈퍼컴퓨터를 보유하는 셈이다.

우리 정부 역시 2020년까지 연산처리 속도가 1페타플롭 이상인 슈퍼컴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텐허3호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미래부는 10년 후인 2025년까지 30페타플롭 이상 속도를 내는 슈퍼컴 개발 계획을 내놨지만 이는 선웨이의 3분의 1수준이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2025년까지 매년 100억원을 투입, '한국형 슈퍼컴'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선진국에 한참 뒤져있다.

게다가 가장 최근 발표된 계획조차 실천 의지가 얼마나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 미래부가 발표한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은 6월 말 현재 사업단 공모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는 핵심부품을 모두 미국 제조업체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한국 슈퍼컴퓨터 중에선 기상청 컴퓨터가 최고지만 성능이 초당 2.4페타플롭에 그친다.

국내 슈퍼컴 산업이 자체 개발 역량 없이 외국 기술에 의존한다면 과연 희망이 있겠는가. 국내 HPC 시장의 95% 이상은 해외기업이 점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HPC 투자에 나섰지만 R&D 예산 집행이 산발적인 데다 소규모에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 역시 그동안 중앙처리프로세서(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주요 부품을 미국에 의존해 왔다. 톈허2도 인텔 제온프로세서 및 제온파이 등을 사용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개발노력을 기울여왔다. 타이후라이트는 순수 독자기술로 탄생한 중국의 첫 슈퍼컴퓨터다.

한국 역시 국가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슈퍼컴 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당대 최상급 연산처리 능력을 보유하는 슈퍼컴퓨터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슈퍼컴퓨터는 기초과학 연구와 기상분석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항공기와 고속철도 개발, 유전자 분석, 신약개발, 공기역학 계산 등에도 이용된다.

올 화두인 4차 산업혁명 구호만 남발할 게 아니라 슈퍼컴퓨팅을 새 산업혁명 성패와 연결될 주요 인프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에 주력할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단을 구성해 슈퍼컴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 기업과 대학의 역량을 한데 결집 시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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