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렉시트 '운명의 날', 대응책 준비했나

2016. 6.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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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할 국민투표의 날이 밝았다. EU 잔류를 주장한 하원의원의 피살 사건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지만 투표결과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투표 결과 브렉시트 찬성으로 결론이 난다면 유럽을 비롯해 세계 경제는 일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영국 파운드화가 대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1달러당 1파운드의 패리티 환율이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도 부채질할 것이다. 이는 유럽 주요국의 주가 하락과 더불어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주요국 국채가격의 급등과 신흥국의 통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5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브렉시트가 미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세계 각국 정상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2일 "브렉시트에 투표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EU와 영국이 함께 추구해온 모든 게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융커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브렉시트는 유럽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럽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내 경제전문가들과의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브렉시트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영국은 EU에 남아있을 때 최고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브렉시트에 투표하는 것은 일본의 투자 대상 지역으로서 영국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각각 말했다.

브렉시트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은 우리 외환·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 등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파운드화·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는 원화의 동반 약세로 이어져 우리 시장에서 외국자본 유출, 특히 영국계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 우려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 중 영국계는 8%(36조원) 가량이다. 나아가 영국계 자금을 필두로 다른 유럽 및 미국계 자금들이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도 다분하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영국과 EU에 대한 수출비중이 10.5%로 낮아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지역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타격을 받으면 그 부정적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결정이 나 영국이 EU에 잔류한다해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는 장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브렉시트 투표 자체만으로 유럽에 고립주의 경향을 확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상대응계획을 가동했다고 하나 다시한번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달러 부족사태를 막으려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도입했으나 시행은 내년부터다. 제도 시행 전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겠다. 아울러 미국에 이어 유럽에 나타난 고립주의 경향이 자유무역의 퇴조를 부르지 않도록 국제협력도 보다 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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