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습기 살균제 숨겨진 피해 철저히 파헤쳐야

2016. 5. 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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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도 미비와 기업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한 사회적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대 피해자를 낸 옥시 임직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또 옥시레킷벤키저가 지난 10년간 판매한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개념으로 수사해 추가 피해 사례와 대상을 추적하기로 했다.

옥시 측이 2000년 제품을 개발한 후 사건이 불거진 2011년까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는 453만개에 달한다. 10년 동안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정부가 확인한 인원은 221명이며 그 중 177명이 옥시 제품 이용자다. 사망자도 90명 가운데 70명으로 가장 많다. 이런 가운데 조사 기간을 제품 판매가 시작된 2001년부터로 늘리고, 피해 범위도 비염·기관지염 등 경증 피해와 폐 이외 사례로 넓히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는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2011년보다 한참 전 제품을 사용한 이들은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질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앞서 환경부도 최근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어 비염·기관지염 등 경증 피해와 폐 이외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판정에 필요한 피해 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한 정부가 객관적인 조사 근거를 토대로 수사를 의뢰해온다면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소명돼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이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 외에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 등을 원료로 쓴 제품의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피해범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무능한 정부도 피해를 키웠다. 검찰은 정부 책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판단 오류나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도 파헤쳐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업체들이 원래 카펫 살균제(PHMG)와 고무·목재 항균제(PGH)로 심사를 받은 후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를 바꿨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그 과정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산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산업부 기술표준원 역시 세척제 용도로 허용을 받은 기업들이 살균제라는 이름을 달고 '인체의 무해하다'는 문구를 썼지만 아무런 관리도, 제재도 하지 않은 채 일부 제품엔 국가통합 인증마크인 'KC마크'까지 붙여줬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 외에 자신이 피해를 입은 지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전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르는 채 각종 질병이나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 진료 현장에서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그룹을 발견하고,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장은 제품에 노출됐던 소아들이 나이가 들면서 폐기능 감소, 운동능력 저하 등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PHMG/PGH가 심혈관 이상, 지방간, 면역계 이상을 가져온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실제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피해신청을 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를 가려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기록 검색, 추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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