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론' 심상치 않다

입력 2016. 2. 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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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우리 증시는 설 연휴 동안 요동쳤던 세계 금융시장의 악재를 고스란히 받았다.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9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코스피는 2.93%, 코스닥은 4.93% 폭락했다. 최근 세계 증시의 폭락세에 비하면 다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대만증시가 휴장한 관계로, 우리 증시 변동성은 내주 중국증시 개장 이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 상황을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저금리로 만성화된 은행권에 대한 우려, 위안화 추가 절하 위험, 세계 성장 둔화에 따른 미국 성장 위협 가능성, 글로벌 수요 둔화를 반영한 유가 하락, 중앙은행의 부양책 효과 소멸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저금리에 따른 은행권의 부실 우려는 또 한 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시 불확실성을 보이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은행권의 불안은 증시에 즉각 반영되는 양상이다. 지난 연휴 동안 유럽은행의 위기가 크게 고조됐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 이자를 내년에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8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했으며, 9일에도 4% 넘게 하락해 연초 대비 50% 가까이 폭락했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8%,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도 7% 떨어지는 등 유로존 은행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각에선 유럽 은행들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우리를 둘러싼 또 하나의 글로벌 금융시장의 축인 중국은 더욱 예측불허다. 사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조치에서 비롯되고 있다. 작년 8월 중국 인민은행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는 당시 미국 증시를 10% 이상 폭락으로, 전 세계 주요 증시를 패닉 상태로 몰아 넣었다. 시장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중국이 자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고도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5위안까지 하락하면 간접투자를 제외하고 중국 자산에 대한 비중을 제로(0)로 낮추라"고 조언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위기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악재는 즐비하다. 지난 1월 수출 쇼크에 이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가 나오면서 북한 리스크까지 우리 경제의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취임 한달 여를 맞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경제는 심리"라며 낙관론을 유지한다. 추가경정 없이 3.1%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제부총리로서 외부에 낙관론을 드러내는 만큼, 안으로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미 금리인상 이후 다시 고개 들고 있는 금리인상 회의론,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위기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도입, 중국의 경착륙, 저유가, 북한리스크 등 지금 상황은 어느 구석 하나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언제까지 "괜찮다"는 낙관론을 펼 수만 없다.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상황에 경제수장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고 있는 '위기론'의 실체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냉정한 대응책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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