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면허 시스템 근본적 변화 필요하다

입력 2015. 11.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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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간염 집단 발생 사건이 허술한 의료면허 관리제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출신인 병원장 부인이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의료적 판단을 하고 의료행위를 하면서 수액주사와 피하주사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70여 명을 C형간염 환자로 내몬 비상식적인 사건이 버젓이 '의료 선진국'에서 일어났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원장 부인이 의사면허 신고를 위한 유일한 조건인 연수교육에 대리 출석하기도 했다.

이 병원 원장은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장애 3급과 언어장애 4급 등 중복장애 2급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고 수전증을 겪는 가운데 일일이 새 주사기를 뜯어 쓰는 것이 불편해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부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이 원장은 사고 이전에도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한다. 이 병원을 이용한 2268명이 C형간염 외에 다른 감염병에 걸렸을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이런 후진국형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도 해당 지역 의료인들은 어렴풋이 정황을 파악하고도 눈을 감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후 나온 지역 의료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이 사건을 저지른 병원장에 대한 현행법상 징계 수위는 고작 '4개월 자격정지' 처분이라고 한다. 무면허 의료 행위 방관 3개월,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비도덕적 의료 행위 1개월, 총 4개월의 자격정지 후에는 다시 현업에 복귀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국민들에게는 '살인미수'에 버금가는 충격적 사건인데, 현 의사면허 및 징계체계 내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의사가 건강상, 도덕상 문제가 있어도 걸러내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대학병원을 정년퇴임 하고 10년 가까이 지나도 일정 시간 보수교육만 받으면 면허를 다시 살려 진료현장에 설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7년 265명이었던 80세 이상 개원의는 지난해 479명으로 늘었다. 나이만으로 직업 활동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원활한 진료가 가능한지 신체·정신적 건강 등 적절성을 확인할만한 제도적 장치조차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가 뒤늦게 교육 강화 등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을 다시 들여다보고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보수교육평가단'와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연수교육 감독을 강화하고 면허 신고 시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를 점검하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나의원 사건은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전면적인 의사면허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미국은 주정부 면허국이 2~3년마다 신체와 정신 기능을 평가한 후 면허를 갱신하고, 10년마다 전문의 면허 재시험을 치르도록 한다. 영국은 부적절한 의료 행위 신고 시 조사 후 즉시 진료 배제 명령을 내린다. 우리나라는 이익단체인 의사협회가 교육과 면허 관리를 하고, 한번 받은 면허는 평생 가는 종신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내부 자율정화로 충분히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지역 의료계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면허 갱신제 도입, 면허 취득 후 진료 적절성 평가시스템 마련, 자격정지 및 면허취소 제도 강화, 신체·정신적 건강 외에 도덕성 평가 강화 등을 폭넓게 검토해 시스템을 완전히 고쳐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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