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지는 자영업' 특단대책 세워라|

2015. 10.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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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월급쟁이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에 몰리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치킨집 수가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는 집계가 나왔다. 별다른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데다 내수부진까지 겹치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린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8월 말 기준 562만1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7.4%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1%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특히 치킨전문점 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6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 3만5429개보다 많은 수치다.

특히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고령 창업과 생계형 창업이 크게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기술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치킨전문점이 포함된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2013년 기준 68만6225개로 2006년 62만1703개에서 6만5000개 가량 늘어났다.

자영업자의 평균 연령대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50세 미만 자영업자 수는 2007년 324만명에서 2013년 246만명으로 줄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289만명에서 328만명으로 39만명 늘었다. 50세 이상 은퇴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살아남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사업자의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생존율이 16.4%에 그쳤다. 자영업 창업 후 계속 사업을 하는 사람은 100명 중 16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영업 무덤'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 '숨은 가계 빚'으로 불리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20조원 이상 증가하며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누적액은 229조7000억원에 달했다. 7월 한 달간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3조7000억원으로, 2005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융자 지원을 늘린 영향도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가계 빚으로 볼 수 있어서 경계가 모호하다. 일단 대출금을 받고 나면 실제로 돈이 어디로 쓰일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부채 상환 대상도 결국은 개인이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잠재 위험이 크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자영업자들의 위기를 두면 국가 경제도 국민 생활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술창업, 아이디어 창업 같은 '창조경제'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데 힘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땅한 아이디어와 기술 없이 창업 전선에 내몰리는 생존형 창업가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사업이라도 아이디어와 서비스의 변화를 꾀하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금융기관들도 담보가 있는 대출이거나 정책자금이라 하더라도 사업성이나 생존 가능성, 건전성을 면밀히 따져 철저한 자영업 대출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다각적이고 정밀한 '상생전략'을 짜야 한다. '강한 자영업자'를 길러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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