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진작 한계 드러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입력 2015. 10. 1. 18:39 수정 2015. 10. 1. 18: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야심 차게 기획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행사가 1일 시작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상품인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대부분 10% 미만의 할인율만 적용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다. 가전제품의 국내 유통구조가 미국과 달라 제조업체나 직영대리점이 직접 할인행사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연중 최대 규모의 세일 행사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이어지는 휴가 시즌에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가 이뤄질 만큼 폭발적이다. 미국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 정부가 시작한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이어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그래서 내수시장 진작을 위해 기대감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정부가 앞장선 만큼 일단 규모 면에서는 대대적이다.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전통시장·프랜차이즈 업체 등 전국적으로 2만 개 이상의 점포가 참여한다. 해당 기간에는 업체별로 최대 30~7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제조업체, 특히 대형 가전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다 보니 흥행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TV나 에어컨 등 고가 가전제품을 마음 먹고 구매하는 기간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가격이라면 굳이 구매할 필요를 느끼겠는가.

삼성전자, LG전자는 각각 직영점, 대리점을 통해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정부의 행사에는 동참했으나, 실질적인 할인 폭은 최대 10%다. 일반적으로 40~50% 수준의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국내 가전시장의 특수성과 유통구조에 대한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 주도의 그랜드 세일행사가 처음부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백화점이나 마트가 직접 구매한 물건을 연말에 재고 처리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 정부에서 기획한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제조사가 직접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식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체가 싸게 내 놓지 않으면 유통업체가 마진을 축소해 팔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제조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떠들썩한 판매행사일 뿐, 소비자들을 구매로 끌어들이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에선 정부 주도의 무리한 판매행사가 가뜩이나 이익률이 감소한 국내 가전업체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9월에도 추석 특수, 소비활성화 대책 등으로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기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0월에는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내수 회복세를 유지 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

할인 판매행사를 특정시기에 몰아서 집중하는 것은 좋은 마케팅방식이다. 특히 한류열풍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국가적 그랜드 세일행사를 실시하는 것은 내수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만큼, 탁상에서 일괄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특수성과 제조-유통업체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 보다 짜임새 있는 기획행사가 필요하다.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