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W기업 사면, 경쟁력 강화 계기 삼아야

2015. 8.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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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소프트웨어(SW)기업을 포함했다. 담합 등의 사유로 부정당 사업자 지정을 받아 공공사업 입찰 금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건에 맞는 기업을 사면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 관보에 사면 조건을 게시했다.

이번 SW기업 사면조치는 SW 중심사회를 표방하는 정부가 처음으로 사면대상에 관련 기업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SW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구호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입찰을 금지당한 이후 심각한 경영 타격을 받았던 중소 SW기업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주목되는 부분은 사면을 받은 SW기업의 행보다. 우리나라 SW기업은 그 열악한 환경과 불합리한 각종 관행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관련 사업을 힘겹게 영위해 나가고 있다. SW 산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곳도 없다. 문제는 SW기업이 정부의 보호에만 기대 온실 속 화초처럼 지원정책에 목을 메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불합리한 관행이 판을 치더라도 스스로의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이 있다면 반드시 두각을 나타내게 돼 있는 법이다.

정부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토종 SW 육성에 쏟아부은 예산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그 많은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작금의 SW 기업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것이 과연 관행과 제도만의 문제인지는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SW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사실상 수준 미달이고 스스로 불합리를 자초하는 사례가 다반사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사면을 받은 '부정당' 업체들 중에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담합을 하거나 가격을 속이거나 불성실한 계약을 한 기업이 적지 않다. 걸리면 운이 없는 것이고 걸리지 않으면 '관행'이 돼 버린다. 저가 입찰 때문에 못 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가격을 후려쳐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납품을 하고 용역을 제공한다. 결국 제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사례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장 얻어낸 결과물이 기업의 미래를 좀 먹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기 힘든 SW기업 CEO들은 유혹에 무너지고 만다.

이번에 단행되는 사면은 부정당 업체라는 고리를 끊고 다시금 새 출발을 하도록 국가가 배려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이, 이 사회가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것이다. 사면을 받게 되는 SW기업들은 자신의 '부정'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스스로 강한 윤리의식을 확보하고 기업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내부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부터 철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관행이라거나, 절박해서라거나, 힘들다는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고민과 노력 없이 정부의 알량한 지원책에만 기대는 안일함도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어설픈 애국심으로 방어하려는 나약함도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 온실의 천정을 뚫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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