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시스템 뜯어고쳐 '제2 메르스' 막아라

2015. 6.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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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구시대적인 IT 활용 수준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키운 숨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년 가까이 거창한 IT시스템 구축 그림만 그리고 현실에서는 바로 옆 부서와도 시스템으로 정보연계를 하지 않은 채 수작업으로 자료를 주고받는 방식을 고수하다 생긴 결과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에 흩어진 의료기관, 보건소, 지자체와 정보공유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항공사, 출입국 관리소, 검역국,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의 공조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20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들인 시스템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계획만 있고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밖에 안 되는 IT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와도 이번과 똑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IT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해야 할 보건당국의 업무 담당자들이 철학과 전략, 전문성이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을 그렸으면 당장 하고 있는 업무방식부터 바꾸려는 변화 의지가 함께 동반돼야 하는데 계획과 현실이 따로 놀다 보니 하드웨어는 멀쩡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누더기인 시스템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007년 출범하면서 10여 년 전인 1996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구축을 시작한 '전염병 감시정보 시스템'을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 안에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까지 5년 넘게 통합작업을 했지만 껍데기만 모았을 뿐 내부 시스템은 따로 노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전산화가 이뤄진 환자 발생신고 업무를 제외하면 환자·병원체·매개체 감시, 역학조사, 환자관리 업무는 부분 전산화만 이뤄졌다. 20년 가까이 구축한 시스템이 대형 감염병 상황에 쓸모없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보건당국은 다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감염병 종합정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분산된 시스템을 연계하고 종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흐르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본격적인 구축이 이뤄지기도 전에 메르스가 닥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0년부터 5년간 구축한 '신종 감염병 신속대응 조기경보망'도 그림대로 구현됐다면 메르스 사태에 유용했겠지만 결국 본부 안 부서 칸막이조차 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시스템 구축과 업무방식이 따로 노는 질병관리본부의 낮은 수준이 가져온 결과다.

첨단 IT를 활용해 상황판단과 의사결정까지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보건당국이 정보화는커녕 초기 전산화조차 제대로 안된 수준이라면 또 다른 감염병이 닥쳐와도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언제 닥칠지 모르고, 한번 닥치면 온 국가의 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는 만큼 지금이라도 IT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이 환자에 대한 문진에 의존하지 않고도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진료정보 교류시스템 구축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이 시스템만 작동했어도 14번 환자에 의한 삼성서울병원 대규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관간 진료정보 공유를 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각 기관의 정보 연계가 더 쉽도록 하는 표준화 활동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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