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디폴트 위기,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5. 6. 29. 19:33 수정 2015. 6. 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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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28일 국제 채권단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음 달 5일 국민투표를 통해 협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 달라고 유로그룹에 요청했다. 하지만 유로그룹이 요청을 거부하면서 그리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약 2조84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국민투표에서 협상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으나, 이미 이번 사태로 유럽과 세계 경제는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당장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정부는 한국과 그리스의 교역 규모가 작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나,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렉시트까지 갈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릴 것이고,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다. 유럽 수출도 당연히 차질을 빚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단순 경각심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또 하나, 정부가 이번 그리스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이 그리스와 상당부문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는 부채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스는 유로존과 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돈을 빌려 빚을 갚는 돌려막기식 구제금융으로 최근 수년째 나라살림을 꾸려왔다. 그리스는 2010년 4월 처음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파탄의 주범은 복지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만성 재정 적자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도 재정 적자가 심각하다. 정부는 지난 10년 새 132조원의 재정 적자를 냈다. 올해도 4월까지 총수입은 132조8000억원인 반면, 총지출은 141조9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가 9조원의 적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2조1000억원의 적자다. 정부가 올해 예상한 관리재정수지 25조5000억원 적자에 이미 근접했다. 이런 추세라면 재정 절벽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하반기 편성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대부분도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부채는 또 어떤가. 한국의 가계부채는 2분기 11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0%를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를 포함해 정부(공공부문+군인·공무원연금+금융공기업)와 기업의 부채를 합친 국가부채는 2013년 기준 4835조3000억원으로 500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그리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 전반의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급히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노동·공공·교육 4대 부문 개혁이 필수다. 고통을 감수하는 대대적인 개혁이 없는 한 그리스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치권은 정치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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