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 예산, '새는 구멍'부터 찾아보라

2015. 5. 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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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는 각오로 국가 재정운용 긴축기조를 펼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가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내년 예산 감축이 예상되는 등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R&D예산 배분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올해 대비 약 5% 삭감한 '2016년도 국가R&D 예산안 편성지침'을 전달했다. 각 부처와 기관은 이 편성지침에 따라 미래부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미래부가 각 부처와 기관이 내놓은 예산안을 배분조정 한 후 결과치를 기재부에 보내면 기재부가 최종 정부예산안을 확정하게 된다. 전체 국가R&D 예산 결정의 첫 단추가 되는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 줄이라는 방향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증가 일로를 걷던 정부의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투자가 처음 줄어든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가진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국가R&D 예산은 1964년 20억원에서 매년 견조하게 늘어나 올해 18조8245억원에 달했다. 미국, 유럽 등이 R&D 투자 증가폭을 줄이는 가운데도 우리는 기술 개발에 미래가 있다는 신념 하에 투자를 계속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율 4.15%로 세계 1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나라 곳간 상황이 나빠지고 국가R&D가 들인 돈에 비해 거두는 성과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러한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로 국가R&D 예산에서 인건비, 각 기관의 경상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 예산 5% 삭감은 연구현장에 훨씬 큰 충격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일선 출연연구기관에도 연구비 6%, 총 예산 3.2% 감축 지침이 내려졌다.

그동안 양적 확대를 기조로 해온 국가R&D 투자에 대해 내실과 효율을 되돌아보고, 같은 돈을 써도 제대로 효과를 내보자는 취지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자칫 실제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각 부처와 기관 현장에서 무조건적, 일률적으로 돈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져선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무조건 감축' 기조보다는 쓸데없이 새는 구멍을 찾아 없애고, 제대로 투자를 몰아줘야 하는 사업은 예산 지원과 규제 개선을 병행하는 효과적인 R&D 투자시스템을 펼쳐야 한다. 국가R&D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각종 문제들을 제대로 파고들어 개선하는 노력도 계속 해야 한다. 26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실태만 봐도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새 나가는 국가 예산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한 국립대 교수 부부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연구비로 용돈을 쓰도록 했다. 또다른 한 국립대 교수는 연구원 인건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모아 10억원 가까운 검은 돈을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연구비 예산은 빠르게 늘려오면서도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 관리는 허점이 많았다. 정부 정책과 연구현장 운영시스템도 후진적이고 단기적인 면이 많아 연구현장에서 내실 있는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시장과 산업의 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R&D가 아니면서 R&D사업으로 분류된 '무늬만 R&D' 사업들도 이번을 계기로 철저히 솎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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