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금리 인상, 선제대응 소홀함 없어야

2015. 5. 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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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를 하고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사국에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이지만 신흥국 입장에서는 불안 그 자체다. 달러 강세와 더불어 자본 유출 등 금융 변동성이 커지고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투자와 소비가 둔화될 소지가 크다.

신흥국에 비해 펀드멘탈(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는 하나 한국경제도 낙관할 수 없다. 고질적 내수 침체에 글로벌 경기 둔화,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흥국이 흔들리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1100조원에 달하는 한국경제의 뇌관, 가계부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9월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2년 내 최대 연 4%까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가 올라가면 무차별적으로 빚을 늘린 가계는 극한 상황에 처할 게 뻔하다. 실제 한국 가계의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은 2013년 기준 160.7%로 미국(115.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7%)보다 높다. 또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원금은 갚지 못한 채 이자만 내는 가구가 190만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세계 7위의 외환보유액과 연간 1000억달러 안팎의 경상흑자, 유럽·일본의 지속적인 양적 완화 등을 들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정부는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우즈벡 비즈니스 포럼'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이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당장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579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조5000억원이 늘어나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주택담보대출로 늘어난 게 8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하반기 금리를 인상하면 시간의 문제일 뿐 한국도 결국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가계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부동산 가격 폭락사태로 이어질 것은 너무도 뻔하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최 부총리의 생각이 궁금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부동산에 기대어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접고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직시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심전환대출에 이은 취약계층 대상의 서민금융 지원방안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은도 언제까지 정부 눈치만 보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보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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