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권 FDS 최저가 입찰 고집, 이유 뭔가

입력 2015. 4. 29. 19:33 수정 2015. 4. 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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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금융사에 사실상 의무화한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구축이 최저가 입찰로 형식에 그치고 있는 모양새다.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 최근 우리은행이 발주를 낸 FDS 구축 사업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5억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당초 예산은 24억원이었다. 우리은행 외에도 현재 FDS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 은행이 최저가 입찰을 고수하고 있다.

FDS가 어떤 시스템인가. FDS는 축적된 금융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사고를 추정, 분석해 준다. 예를 들어 평소 계좌 이체로 100만원을 보내던 사람이 이른 새벽에 수천만원을 보낸다거나, 서울에서 거래되던 계좌의 뭉칫돈이 해외에서 빠져나가면 일단 거래를 중단하는 식이다. 지난해 1월 카드사에서 개인정보 1억400만건이 유출되는 등 숱한 보안사고를 겪은 우리 금융권에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 더욱이 최근 핀테크 열풍으로 금융권에 보안프로그램 의무 다운로드 등 각종 보안 규제가 사라졌다. 금융보안의 사실상 최전선인 셈이다.

이런 FDS를 최저가 입찰을 통해 구축해서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수 차례 최저가 입찰의 병폐를 지적한 바 있다. 최저가 입찰에서 낙찰받으려면 참여업체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레퍼런스(도입사례)가 차기 수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권에서는 더욱 저가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비용은 주사업자인 시스템통합(SI) 업체가 가져간다. 실제 FDS의 핵심인 엔진을 제공하는 보안업체는 헐값에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는 시스템의 부실 또는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 역할을 못하는 FDS로는 날로 교묘해지는 금융사기를 막을 수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FDS 도입에 최저가 입찰을 고집하는 금융사들의 생각이 궁금하기까지 하다. 결국 그동안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각종 대형 보안사고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금융당국에 적당히 보여주기 용으로 FDS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사들의 보안의식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디지털타임스가 입수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규제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협회들이 공개적으로는 정보보호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금융당국의 정보보호 강화대책에 건건이 반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이 들고 업무가 많아진다는 이유였다. 금융협회는 업권별 금융사를 대표하는 기구다. 협회의 이런 이중성은 금융사의 보안에 대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국내 18개 은행이 IT 예산 중 보안에 투자하는 비중도 9.27%에 불과하다. 미국이 IT 예산의 40%를 영국은 50%를 보안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사들은 진정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싶다면 당장 최저가 입찰을 백지화하고 FDS가 정말 갖춰야 할 기능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당연히 예산을 아껴서도 안 된다. 연봉 수십억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보수한도는 매년 인상하면서 보안의 핵심인 FDS는 최저가 입찰로 헐값에 구축하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설명할 수 없다. 금융당국도 FDS 도입 권고에 그칠게 아니라, 추후 FDS 도입 유무는 물론 FDS가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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