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정부의 실망스러운 정책 헛발질

2015. 1.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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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3년째 추진해온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올해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29일로 예고했던 개선안 발표를 2월로 미뤘다가, 하루 만에 다시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이번 연기로 내년 총선, 후년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현 정부 임기 내 건보료 개편은 다시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증세는 없다'고 꼼수를 부리다 파문이 일자, 역시 원점으로 되돌린 연말정산에 이어 새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정책 백지화다.

건보료 개편 중단은 연말정산 파문에 놀란 정부가 일부 고소득자의 반발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추진해온 개편 작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처사다. 논의 자료가 2011년 것으로 현실에 맞지 않고 건보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최근 자료로 바꿔 시뮬레이션하는 데는 1주일이면 된다. 무엇보다 건보료 개편의 필요성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이룬 지 오래다.

사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언급했듯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실직해 소득이 거의 없더라도 주택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를 과도하게 부담하게 하는가 하면, 소득이 많으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도 양산·조장해왔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건보료 개편의 핵심도 부과 방식을 소득 중심으로 바꿔 어려운 사람들의 보험료는 줄여주는 대신, 월급 외에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와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부담은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연말정산에 이어 건보료 개편까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어이 없는 정책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공무원 연금개혁 계획을 발표하며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을 사자 꼬리를 내렸다. 얼마 전에는 안전행정부가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의사 표명 후 다시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교육부도 대학입시 인성평가 반영 강화 발표 후 한발 물러섰다. 이런 식이라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도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이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6~27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로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 취임한 지 2년도 안 돼 지지율이 국정동력의 마지노선으로 지목되는 30% 아래로 추락한 대통령은 유례가 없다.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 등 조사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한다'(62.9%)는 평가가 '잘한다(29.7%)'는 평가의 두 배를 넘겼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져 조기 레임덕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실책의 근본원인은 인사 실패에 있다. 능력보다 특정 지역, 특정 학교, 계파주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정책 실책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3년이 걱정스럽다"는 국민 여론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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