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주파수 논란 더 키우면 되겠나

2015. 1. 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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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주파수에 대해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목소리 높이며 다소 억지스러운 발언까지 쏟아내는 모양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28일 주파수정책소위원회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소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미래부의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면, 더 이상 정부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 없이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700㎒ 주파수 대역의 용도를 직접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서 '정부의 이야기'는 "주파수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것이고, '상임위 차원의 정치적 결정'은 700㎒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뜻한다. 그래서 이날 두 번째 회의에서도 상임위원들은 철저하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논리를 읽어내려 갔다. 미방위가 방송사들에 700㎒ 주파수를 주기 위해 총대를 맨 모습이다.

그러나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정치 논리로 판단해서 용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국회에서 주파수를 놓고 벌이고 있는 논쟁을 보자면, 정말 미방위 국회의원들의 마음속에 주파수와 연관된 산업의 선순환고리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700㎒ 주파수가 어떤 대역인가. 우리는 이 주파수를 국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물론, 이미 2년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4개국까지도 700㎒ 대역을 LTE용으로 할당하는 공동 선언을 하기도 했다. 나라 간에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면 국가가 달라도 로밍에 훨씬 유리하며,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단말기 수급도 쉬워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 선순환고리를 만드는 출발점이 주파수인 것이다.

이동통신서비스는 국부창출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스마트폰 단일 품목의 수출만이 아니라, 모바일AP로부터 각종 부품과 디스플레이 등 전방위 산업으로 시너지가 확산된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LTE시대에 사는 우린, 지상파 방송마저도 이동통신네트워크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방송서비스까지 통신네트워크에 얹혀 제공된다. 방송사들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모바일 네트워크에 실어 재판매한다. 모바일 네트워크가 있어 방송사가 부가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통신업계의 주파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특히 700㎒ 주파수는 더더욱 필요하다. 전 세계가 4G, 5G 서비스를 위해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이동통신벨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묘하게도 국회가 나서 이미 몇 년 전에 정해놓은 통신용 대역까지 뒤집으면서 방송사에 주자고 한다.

국회는 지난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눠 가진 주파수 용도 지정에 대한 권한이 충돌할 경우, 조율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무시하고 국회가 직접 '정치적 결정'을 운운한다. 방송의 힘 앞에 새삼 금배지의 허무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국회가 수십년의 미래를 결정할 주파수 용도를 결정하는데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논란만 더 부추기고, 키울 뿐이다. 미방위가 밝힌 '상임위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것이 정말 국가를 위한 것인지,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국민을 위해 쓰고자 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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