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투자환경 조성 시급하다

디지털타임스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전국 32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도 기업 설비투자 규모는 127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설비투자를 이끌었던 대기업마저 내년에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설비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국내 대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줄인 것은 IMF 외환위기, 대우사태, 리먼사태 등 대형 악재들이 터진 시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큰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대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투자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 설비투자를 축소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곳간이 넘칠 정도로 풍부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현재 18조8235억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말 14조6917억원에 비해 4조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9월까지 2조6618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164억원 늘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시설투자는 감소 추세다. 지난 1ㆍ4분기 7조7593억원에 달한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3ㆍ4분기에는 4조5354억원으로 급감했다. LG전자의 설비투자도 지난 3ㆍ4분기까지 1조1280억원에 그쳐 올해 연간 목표 1조6000억원에 못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기업들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경제성장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10곳 중 5곳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다볼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L자형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치권의 규제가 남발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만 놓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선주자와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나 법률 제ㆍ개정으로는 기업의 투자 물꼬를 트기 어렵다. 경제민주화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같은 정책 공약으로는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심지어 기업가를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대선후보들이 아무리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해도 기업의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업이 돈줄을 풀지 않으면 일자리는 줄기 마련이다. 설비투자가 1%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이 0.1% 떨어진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표를 의식해 장밋빛 복지공약에만 매몰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정책과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기업투자를 촉진할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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