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지난 회계연도(2014년 9월~2015년 8월)에 한국시장에서 매출 1조1169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전년보다 24.7%나 증가했다. 한국 패션시장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넘은 브랜드는 유니클로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국 업체가 밟아보지 못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축하할 일이다. 동시에 한국판 유니클로는 왜 못 나오는지 안타까운 생각도 하게 된다.

유니클로는 대부분의 패션업체가 불황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해마다 20~40%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토종 캐주얼 1위 브랜드인 빈폴이나 아웃도어 시장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등도 연 매출이 5000억~7000억원에서 정체된 상황에서 매출 1조원 벽도 보기 좋게 뛰어넘었다. 해외 SPA 브랜드가 국내 상륙 10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불황’이니 ‘시장 포화’니 하는 말들을 무색하게 한다. 비결이 따로 없다. 유니클로는 국내시장에 대한 종래의 상식들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2005년 국내에 1호점을 연 이후 서울과 수도권 외에 지방 중소도시로도 진출을 확대해 매장 수를 160여개로 늘린 것이나, 에어리즘·히트텍·후리스·울트라라이트다운 등 히트상품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단순히 기존 업체가 장악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유니클로의 끝없는 혁신이 이뤄낸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신상품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유통구조의 과감한 축소, 적극적인 글로벌화 등을 통한 가격 및 상품 차별화 전략은 널리 알려진 성공 요인이다. 이런 전략이 유니클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국내 패션업체라고 못 할 게 없다. 분야는 다르지만 이미 K팝, K뷰티 같은 성공사례도 있다. 유니클로는 되고, 국내 업체는 안 되는 이유가 별다른 데 있지 않다. 불황이나 시장 포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느냐에 달렸다. 혁신을 하는 기업엔 불황도, 시장 포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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